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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대군인의 2막, 3막 인생은 어떤 의미?

허흥무 미래군인재학습센터장 기자  2024.10.21 1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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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미 비상계획관에 합격하셨는데 새로운 교육을 받으러 오셨네요." "네, 3막 인생을 준비하려고요."

2024년도 초에 편안한 얼굴로 처음 자기소개를 했던 김00 대령의 첫 마디였다. 그동안 전역을 앞둔 제대군인들이 군내 취업이나 민간 취업을 준비하면서 모두 인생 2막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아울러 비상계획관이나 예비군지휘관에 합격하고 전역 후 바로 근무하시는 분들은 2막 인생이기보다는 군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2막 인생은 개인차가 있어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는 저마다 다르다.

하물며 3막 인생이란 또 무엇인가? 2막 인생을 준비 중인 이들에게 3막 인생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런데 김00 대령은 3막 인생을 준비 중이다. 필자는 현재 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의 전문위탁교육과정인 '경비지도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역예정이나 전역 후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취업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맞춤형 개인상담도 실시하고 있다. 취업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 취득 방법 안내와 취업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5년간 육군 취업 상담관 직위를 수행하면서 제대군인 대상으로 취업상담을 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도 자격증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교육생들에게 정년이 끝난 60세 이후에도 일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라고 인생 2막을 강조하고 있다. 2막 인생이니 3막 인생이니 하는 용어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에 의해 판단할 수 있겠다.

김00 대령의 경우 군 생활을 1막으로, 비상계획관은 정년이 정해져 있으므로 2막의 인생으로 퇴직 이후의 준비를 3막으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여기서 막이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전환점일 것이다.

대부분은 전역 후의 취업만을 고려해 상담을 종결하는 경우가 많다. 김00 대령의 3막 인생론이 한 단계 진전된 상담을 해야 할 계기를 제공하였으니 신선하다고나 할까, 취업을 넘어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요구되는 것이다.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1942~)의 긍정심리학에 행복론이 언급되어 있다.

행복론은 학습된 무기력을 실험할 때 이를 극복할 수 있음에 초점을 두고 연구한 내용이다. △행복한 삶을 논할 때 첫째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즐거운 삶, 둘째 △안정적 직업을 통해 가정을 잘 부양하는 좋은 삶, 셋째 등 대가 없이 봉사를 통해 얻는 의미 있는 삶의 3가지 차원이다. 이 중 좋은 삶과 의미 있는 삶은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말한다.

긍정심리학에서는 행복도 훈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론은 제대군인 상담에도 설득력이 있다. 전역 후 바로 취업하지 못하고 준비만 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무기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했던 2막이든 3막이든 전환점 이전에 철저한 준비로 무기력함을 느끼지 못하고 재취업에 성공했다면 잘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00 대령은 그렇게 3막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자성어에 득시무태(得時無怠)라고 있다. 이 말은 "물 들어올 때 노저어라"로 해석할 수 있다. 좋은 때를 얻으려면 태만함 없이 노력해야 함을 뜻한다. 김00 대령의 예가 여기에 해당하겠다.

제대군인도 기회가 있을 때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비상계획관이나 예비군지휘관 또는 지인을 통해 취업을 확정하신 분들은 마음 편하게 여행을 가거나 즐거운 삶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제대군인들은 계속될 것 같은 군 생활이 본인이 예상한 것과 다른 조기 전역을 통해 새로운 사회정착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아울러 정년이 끝나고 준비하면 이미 늦음을 알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차후를 위해 열정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정년 후 60세가 넘는 나이에 좋은 직장으로 재취업하기란 쉽지 않다.

조00 원사님의 사례를 소개하자면 현재 지하철 개찰구 감시업무를 하고 있다. 최근 지인을 통해 월 300만원의 호텔 정규직 일자리 제안이 있었다고 하나 고사했다고 한다. 받는 만큼 일한다는 만고의 진리에 따라 아마 현재 업무보다 급여는 많지만 스트레스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급여가 적어도 스트레스가 비교적 적은 현재 일에 만족하며 근무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보며 삶의 가치와 방식이 각자 다르듯 행복하게 살면 좋겠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며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란 생각이 들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제대군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데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학습된 무기력'이다. 취업은 본인이 준비하는 것이지 제도권에서 시켜주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자격증만 취득하면 당연히 취업이 보장된다는 것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또 취업해서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상하, 동료와 인간관계를 맺으며 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퇴사할 경우도 있다. 이렇게 일자리를 자주 옮기며 무기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제대군인과 관련된 각종 연구에서도 △사회적지지 △긍정심리자본 △전직교육의 중요성 △제대군인 상담 등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현장에서 제대군인들을 상담하고 있는 상담사분들에게 무한의 찬사를 보내며 상담 받고 있는 모든 제대군인들이 안정적으로 취업해서 2막, 3막의 만족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숭실사이버대학교 
미래군인재학습센터장 허흥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