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게으른 부자들의 살 빼는 약' 위고비, 한국 상륙...1펜당 37만원

쥴릭파마코리아 물량 주문 접수...국내 제약사, 제형 변경으로 차별화

추민선 기자 기자  2024.10.15 11:04:3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체중감량 비법으로 꼽아 주목을 받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15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전 세계 바이오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면서 국내외 제약사들도 앞다퉈 신약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토종 제약 업체들은 피부에 붙이거나 약효를 늘리는 식의 편의성을 높인 치료제를 개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국내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가 물량 접수를 시작한다. 국내 위고비 출하 가격은 1펜당 37만2025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없이 출시되는 비급여 의약품의 특성상 제품의 실제 처방 가격은 80만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펜 모양 주사 1개를 주 1회, 1개월씩 투여하도록 제조된 전문의약품이다. 0.25㎎, 0.5㎎, 1㎎, 1.7㎎, 2.4㎎ 5개 용량으로 구성돼 있다.

주 1회 0.25㎎으로 시작해 16주가 경과한 뒤 주 1회 2.4㎎까지 단계적으로 증량한다. 권장되는 단계적 증량 용량은 △1~4주차 0.25㎎ △5~8주차 0.5㎎ △9~12주차 1.0㎎ △13~16주차 1.7㎎ △유지용량 2.4㎎이다.

위고비의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췌장을 자극,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내 혈당을 떨어뜨린다. 음식물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춰 식사 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고 식욕도 줄어들게 한다. 임상시험 결과, 주 1회 68주간 투여했더니 체중이 평균 14.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출시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은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출시된 해외 각국에서는 약국 체인 등에 위고비의 일부 또는 전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는 품귀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의약품인 만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 이상 30㎏/㎡ 미만 과체중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될 수 있다.

위고비는 효과가 좋은 만큼 부작용 우려도 상당하다. 임상시험에 따라 허가범위 내 사용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두통과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탈수로 인한 신장 기능 악화, 급성췌장염, 당뇨병(제2형) 환자에게는 저혈당·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는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다이어트 약에서 흔히 보이는 '요요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해외 연구사례 중에는 위고비를 투약받았던 환자 중 3분의 2 정도가 약을 끊은 후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식약처는 최근 "해당 의약품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국내 제약사들, 투약 편의성 높인 비만 치료제 개발  

국내 제약사들도 위고비의 시장 선점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약효를 늘리거나 붙이는 식으로 투약 편의성을 높여 위고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한미약품(128940)은 신개념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을 오는 11월 미국비만학회에서 공개한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할 물질은 체중을 감량하는 동시에 근육은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유한양행(000100)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YH34160’의 미국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YH34160은 GLP-1 계열로 전임상에서 위고비보다 높은 체중 감량 효능을 보였다.

동아에스티(170900)는 최근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의 비만치료제 DA-1726이 글로벌 임상1상 파트1에서 안전성 및 내약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Oxyntomodulin analogue) 계열 비만치료제로,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다. 

지금까지 하루 한 번씩 사용해야 했던 비만약의 투약 주기가 최근 주 1회까지 줄긴 했지만, 업계는 한 달에 한 번만 써도 되는 약품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의 경우 지난 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 박람회(CPHI 2024)에서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를 처음 공개했다. 한 달에 한 번만 투약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동국제약(086450)도 1회 투여 시 약효가 2~3개월간 유지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라파스(214260)와 대원제약(003220)은 미세 바늘인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활용해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디앤디파마텍(347850)은 먹는 비만 치료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두 방식 모두 주사제보다 투약이 쉬우면서 효능이 비슷하다.

한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해부터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성장률 30.2%로 고속성장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1000억 달러, 한화 약 13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비만치료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명실상부 '메가트렌드'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의 국내 판매를 시작으로 비만약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역시 이미 기술수출이 이뤄지는 등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비만 치료제 시장이 형성되면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