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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톺아보기] 야구 본고장에서 신화 쓰는 오타니

장범석 칼럼니스트 기자  2024.10.15 10: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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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타니 쇼헤이가 고교 3학년 시절인 2012년, 그 투구 스피드는 아마추어 최고 구속인 160㎞/h에 달했다. 그가 프로로 지망 의사를 밝히자, 일본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MLB 진출을 희망하던 오타니를 설득한 건 닛폰햄 파이터즈였다. 닛폰햄은 오타니를 1순위로 지명하고 그를 위해 준비한 두툼한 자료를 제시했다. 자료에는 △고교 졸업 후 바로 미국에 건너가 성공하는 케이스가 적다는 점 △가혹한 마이너리그 실태 △일본 프로에서 실력을 쌓은 선수 성공 확률이 높다는 사례 △오타니를 위한 '이도류(투타겸업)' 육성플랜 등이 포함됐다. 

이후 오타니는 닛폰햄에서 투수·타자·우익수·지명타자로 실전 경험을 축적했다. 구단에서는 오타니가 투수와 야수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정표를 편성 운영했다. 이런 배려 속에서 오타니는 일본 프로리그 5년간 △투수 42승 15패 방어율 2.52 △타자 타율 0.286 홈런 48개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긴다. 

2018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로 이적한 오타니는 2020년까지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면서 힘든 적응기를 보냈다. 그리고 부상에서 회복한 2021년부터 진가를 드러낸다. 

특히 타자로만 뛴 2024년 시즌 오타니가 세운 기록들에 대해 '미국 스포츠 데이터 제공기업' 옵타 스타츠(Opta Stats)는 "오타니가 △득점 1위 △안타 4위 △홈런 2위 △타점 2위 △사구 4위 △도루 2위 등 모든 부문에서 MLB 톱5 성적을 기록한 건 메이저 역사상 처음"이라며 "기록 하나하나 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그것들이 조합하면 대단함이 증가하는 게 오타니 기록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오타니가 지난 7년간 MLB에서 이룬 많은 기록 중 주목할 만한 것을 발췌해 정리한다.

△2021년과 2023년 시즌 MVP 2회 - 전원일치 2회 'MLB 사상 최초(이하 최초)'
△규정타석과 규정 투구수 동시 달성(2020) - 최초
△두 자릿수 홈런 및 승리(2022, 2023) 2회 - 1918년 베이브루스 이후 처음 
△100홈런-500탈삼진(2023) - 베이브루스 이후 처음
△지명타자 30홈런-30도루(2024) - 최초
△40홈런-40도루(2024) - 126 시합 최단기간 달성   
△50홈런-50도루(2024) - 최초
△10승-40홈런-20도루(2023) - 최초
△10승-30홈런 2회(2022, 2023) - 최초
△10승-40홈런(2023) - 최초
△30홈런-150탈삼진 3회(2021~2023) - 최초
△34홈런-6개 3루타 4회(2021~2024) - 3년 연속 최초
△45홈런-25도루 2회(2021, 2024) - 복수 달성 최초
△45홈런-25도루-100득점 2회(2021, 2024) - 복수 달성 최초 
△1시합 3홈런-2도루(2024) - 최초
△1시합 6안타-5장타-3홈런-10타점-2도루(2024) - 최초
△리그 홈런왕 2회(2023년, 2024년)
△MLB 올스타 게임 투수와 타자 '3회 동시 출장(2021~2023)' - 최초 
△MLB 올스타 게임 투타 선발 출장(2021) - 최초이며 기네스 세계기록 등등

현대 야구는 미국에서 1850년대 후반 미 북동부 중심으로 각지에 보급됐다. 1867년 내셔널리그가 탄생하고, 1901년 아메리칸리그가 등장하며 양대 리그 체제가 정착했다. 

야구는 투수가 던진 볼을 타자가 배트로 받아쳐 점수를 내는 경기다. 아마추어 단계에서는 야구 감각이 뛰어난 투수가 중심타선을 맡는 경우가 있지만, 프로 세계에서는 투타가 철저히 분업화된다. 투수가 타격에 신경을 쓰면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난조에 빠질 우려가 있어서다. 베이브루스 이후 100년 이상 투타를 본격적으로 겸업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오타니가 이런 상식을 바꾸고 있다. 오타니는 흔히 미국 프로야구 전설이자 스포츠 영웅으로 추앙받는 베이브루스에 비견된다. 자존심 강한 미국 야구팬들조차 인종과 국적을 떠나 오타니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 나이는 이제 30세에 불과하다. 우측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되는 내년 시즌부턴 투수로도 출장할 것이다. 앞으로 그가 펼쳐 보일 이도류 플레이가 기대된다. 


한편, 2024년 월드시리즈는 △아메리칸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뉴욕 양키스 △내셔널리그 뉴욕메츠와 LA 다저스 승자간 대결로 펼쳐진다. MLB 닷컴 등 현지 매체는 앨런 저지 '뉴욕 양키스'와 오타니 '다저스' 매치업을 최고 흥행카드로 띄우고 있다. 

1903년 시작된 월드시리즈에서 7차례 우승한 다저스, 메이저리그 진출 6년 만에 디비전시리즈를 넘어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오타니. 이 둘 조합이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결과가 궁금하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