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지윤정의 천연지능] (10) 스마트 파워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기자  2024.10.10 18:21:0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챗GPT시대 휴먼상담의 역할은 어떻게 재구성돼야 하고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컨택센터 구성원들에게 제언하는 12가지 주제를 1년간 고정 칼럼으로 게재한다.


컨택센터 리더 역량 개발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리더에게 더 잘하라고 말하기가 안쓰럽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10명 넘는 구성원에 치이고 채여서 리더 마음은 이미 누더기다.

MZ세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성격과 배경을 가진 구성원을 상대해야 하고, 재택근무부터 파트타임까지 다양한 형태의 업무를 관리해야 한다.

언제 떠날지 모르겠는 아슬아슬한 신입부터 웬만한 지시는 콧등으로도 안 듣는 고경력자까지 모두를 아울러야 하고 심리치료사 뺨치는 정신 상담부터 데이터 마이너 못지않게 실적 데이터를 읽어내야 한다.

구성원들은 업무에 대한 기대도 의욕도 없어 보이는데 위에서는 "소속감을 가져라, 직업의식을 가져라, 비전을 가져라, 몰입하여 일하라"고 철모르는 소리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될까 싶어 웬만하면 말을 줄이고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얼음 깨질지 두려워 겨우겨우 기어가는 살얼음판 같다.

진심을 나누기도 어렵고 진실을 나눈다 한들 대안이 없어서 그저 참아내며 지낸다. 업무 동기를 유발하라는데 삶의 동기조차 없어 보이고,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이끌어내야 할지 감을 잃었다.

악순환을 끊는 실마리조차 리더에게 달려 있으니 참으로 미안하다. 험난한 환경에 중책을 맡겨놓고 쓸 수 있는 자원도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도 어쩌랴? 이 과정에서 영혼을 갈아 넣어 인격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지만 강철이 단련되듯 강인한 리더십을 키우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동기가 있다. 동기(Motivation)는 행동을 시작하고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심리적, 생리적 요소다. 동기는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지만 있는지 잊었거나 무언가에 가려졌다. 때가 잔뜩 낀 유리창 너머로 희뿌예서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구성원의 가려진 동기를 일깨우고 분명하게 하는 데 리더의 역할이 크다. 규제와 보상으로 행동을 이끌어내는 하드파워도 있어야 하고 친밀한 소통으로 인격적 연결감을 느끼는 소프트파워도 있어야 한다.

이 둘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파워도 발휘해야 한다. 너무 계산적으로 하드파워만 써도 안되고 너무 물렁하게 소프트파워만 써도 안된다. 스마트 파워는 상황과 팀원의 특성을 면밀히 관찰하고 적절히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팀의 전반적인 분위기, 개별 성과, 업무 강도와 같은 요소를 세심히 관찰하고, 그에 따른 판단 기준을 세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과도한 통제를 피하며, 개별 구성원의 요구에 맞춰 지원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한 사람 마음 안에도 여러 가지 자아가 있는데 10명 이상의 구성원의 제각각 동기를 일깨우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한가지로 안 된다. 입체적이고 다면적이며 유연해야 한다.

무엇이 이를 방해할까? 단호하게 하드파워를 발휘해야 할 때를 알고 필요에 따라 따스하게 소프트파워를 사용하며 이를 사려 깊게 결정하는 스마트파워를 발휘하는데 무엇이 리더의 발목을 잡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마는 교육전문가의 관점에서 보면 역량 부족의 문제를 꼽게 된다. 언제 어떤 파워를 발휘해야 할지 못 알아채서다. 관찰력과 분별력이 부족해서다.

이를 개발하려면 없었던 역량을 배우기 이전에 이미 있는 것을 치워야 한다. 오염된 관찰력과 분별력을 닦아내야 선명한 시각과 분명한 시야를 회복할 수 있다. 무엇을 알아채야 하고 무엇을 덮어둬야 하는지, 어떤 때 반응해야 하고 어떤 때 감응해야 하는지 리더가 분별하기 위해서는 리더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관점부터 치워야 한다.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체념의 패턴이 있는 리더는 관찰력을 배워도 의심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나는 부족하다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리더는 분별력을 배워도 자책하는 용도로만 활용한다. 

사람은 결국 돈에 의해 움직인다며 거래관계로 구성원을 대하는 리더는 내적 동기를 볼 수 있는 시력을 잃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며 손해 보고 희생하는 리더는 보상과 처벌이라는 외적동기를 얕은 술수라고 무시한다. 

구성원의 반응을 읽어내고 필요한 파워를 선택해야 하는데 구성원의 반응에 반응하느라 파워를 놓쳐버린다.

자신에게 있는 기준과 기대로 싸잡아 한심해하거나 어르고 달래며 통사정하다 뒤통수 맞고 나서 열병을 앓는다. 그간 내게 쌓여있던 관점과 패턴을 먼저 직면해야 한다. 무언가를 더 배우기 이전에 지금 있는 것을 치워야 한다.

리더는 스스로를 뛰어넘는 존재다. 내 안을 나와 남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내면의 패턴에 갇혀 있으면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 내 방에 콕 박혀서 밖의 변화를 만들 수 없지 않은가. 모두에게 있지만 잊고 있었던 동기를 이끌어내려면 리더부터 나와야 한다. 자신의 패턴을 벗어나야 한다.

스마트 파워는 하드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자유자재로 발휘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정된 파워를 알아차리고 뛰어넘는 것까지 포함한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