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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9.1조 '어닝쇼크'…매출은 사상 최대

전영현 부회장 "실적 기대 못미쳐 송구…재도약 계기 만들 것"

이인영 기자 기자  2024.10.08 11: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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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3분기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데 따른 영향으로 시장 전망치인 10조원을 크게 밑도는 성적표를 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 기간 매출은 79조원으로 전년 대비 17.21% 증가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전 최대 기록은 2022년 1분기(77조7800억원)였다.  

잠정 실적인 만큼 이날 사업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부문에서 5조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분기 6조4500억원 대비 줄어든 수치다. 

이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보다 약 15% 하회했다. 

앞서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조4335억원)의 4배가 넘는 10조347억원, 매출은 19.98% 증가한 80조8700억원으로 각각 예측됐다. 당초 증권가에선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3분기 실적을 14조원대까지 예상했지만 최근 들어 눈높이를 10조원 안팎으로 급격히 낮춰잡았다.

이번 실적 흐름은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범용 D램이 예상보다 더딘 수요 회복으로 가격과 출하량이 모두 부진한 데다 따른 결과다. 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성과급)과 파운드리 수주 부진, 비우호적인 환율,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 등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견조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구형) 제품 공급 증가 등의 영향이 있었다"며 "이밖에 일회성 비용 및 환율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HBM과 관련해서는 "주요 고객사와의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공지능(AI) 붐에 수요가 견조한 HBM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000660)는 5세대인 HBM3E 12단을 양산한다고 발표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경영진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주가 하락과 기술 경쟁력 우려 등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전사적인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위기 극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의 '구원투수'로 반도체 사업 수장 자리에 앉았다.

전 부회장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현재 당면한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