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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효성그룹 ①태동과 성장…섬유 넘어 종합 기업으로

'삼성' 독립 후 시작해 한때 재계 10위권…대표적인 꼬리표 '형제의 난'

조택영 기자 기자  2024.10.02 14: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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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으로 내몰린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는다. 이에 국내 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 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효성그룹' 태동과 성장(1탄)에 대해 살펴본다.

효성그룹의 태동은 지난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인 조홍제 회장이 1942년에 군북산업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정미업을 시작했다. 이후 조홍제 회장은 1948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공동출자해 삼성물산을 설립했으며, 부사장을 맡았다.

다만, 두 사람은 갈등으로 인해 1960년대 들어 동업을 청산했다. 삼성에서 독립한 조홍제 회장은 1962년 효성물산을 설립했으며, 이것이 효성그룹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사명인 효성은 샛별이라는 뜻의 효성(曉星)에서 따왔다.

조홍제 회장은 1966년 동양나이론을 설립해 섬유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승승장구한다. 또 1968년에 울산공장을 세워 사세 신장의 기틀을 다졌고, 이후에도 1970년 한일나이론 인수 및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설립 등으로 섬유업에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사업은 섬유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인수를 통해 타이어코드 사업에 진출했으며 △1973년 효성증권 △1975년 동원철강·한영공업 △1977년 대동건설 △1978년 대성목재·효성기계 △1979년 율산중공·율산알미늄 등을 각각 인수하거나 설립하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시기 조홍제 회장은 건강 악화로 인해 세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준다. 장남 조석래 회장에게 동양나이론 등 그룹 주요 사업 부문을, 차남 조양래 회장에게는 한국타이어를, 삼남 조욱래 회장에게는 대전피혁을 각각 맡긴 뒤 사업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1984년 조홍제 회장이 별세하자 조석래 회장이 효성그룹을 이어받게 된다.

그룹의 수장이 된 조석래 회장은 기술 중시 경영을 펼치며 '경제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력에 있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이는 효성그룹의 핵심 DNA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전의 토대가 됐다.

실제로 조석래 회장은 기술에 대한 집념으로 △신소재 △신합섬 △석유화학 △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향후 효성그룹이 독자기술 기반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리딩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조석래 회장은 한국 산업이 성장기를 지날 때 효성그룹을 재계 10위권까지 끌어올렸다. 1984년에는 영국 사우드지가 선정한 '개발도상국 500대 기업' 중 42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500대 기업 중 한국에서는 효성과 함께 삼성·LG·현대 등 11개 기업만이 포함됐다.

1980년대 24개 계열사를 합병·매각하며 변화를 거듭한 효성그룹은 △금융자동화기기 △종합타이어보강재 △데이터시스템 등으로 사업을 더욱 넓혀나갔다. 1990년대 들어서는 계열사가 더 늘어나며 종합 기업으로 우뚝 섰다.

물론 이런 성장 속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대표적인 역경은 역시나 '형제의 난'이다. 효성그룹에 따라다니는 대표적인 꼬리표다. 

형제의 난은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촉발한 경영권 분쟁이다.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일찍이 밀려난 조현문 전 부사장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2014년까지 회사 지분을 전량 매각한 뒤 그룹과 관계를 정리했다.


그러나 조석래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형 조현준 회장과 효성 주요 임원의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하면서 형제의 난이 시작됐다. 조현준 회장 역시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맞고소해 수년간 법정분쟁을 벌였다.

핏줄 승계라는 국내 재벌의 고질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경영권과 재산을 둘러싼 싸움이 지속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조현문 전 부사장은 조석래 회장과도 갈등을 빚었다. 그가 조석래 회장을 포함한 효성그룹의 경영진들이 불법행위들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행동을 했다고 폭로하면서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형을 감싸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은 효성가와 절연했고, 아버지 조석래 회장 별세 당시 유족 명단에도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부모 형제의 인연은 천륜이다. 형은 형이고 동생은 동생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지켜 달라."

말년까지 아들들의 갈등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조석래 회장은 이런 유언장을 남긴 채 아들들의 화해를 끝내 보지 못했다. 


다만, 최근 들어 조석래 회장의 당부처럼 형제간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상속재산의 공익재단 출연 의지를 드러냈고, 공동상속인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재단 설립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재단 이름은 '단빛재단'으로 신희영 전 대한적십자사 회장을 초대 이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러한 흐름에 형제간 갈등이 완벽히 풀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효성그룹은 현재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며 국내외에서 점점 더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지주사 효성과 신설 지주사 HS효성으로 완전한 계열 분리를 진행하며 혁신적인 변화에 나섰다. 장남 조현준 회장이 효성을,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HS효성을 각각 이끌게 됐다.

기업해부 2탄 '지배구조 개편' 편에서는 최근 효성그룹이 2개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며 형제 독립 경영이 막을 올린 것에 대해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