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갈등 심화…구로구, 주민 의견 무시

"반대로 무산된 '주민설명회' 계속 진행하는 이유 모르겠다"

김경태 기자 기자  2024.09.23 13:39:1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에 대한 주민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구로구(구청장 문헌일)가 주민들 의견과 반대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고척근린공원은 구로구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는 곳으로, 수년 전부터 고척근린공원 내 축구장 인조잔디 조성과 관련해 주민들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구로구가 설문조사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지난해 구로구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는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반대 의견이 더 높았다. 

당시 구로구에서 진행한 주민설명회의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인조잔디 조성 찬반 △인조잔디 조성 반대 이유 △인조잔디 조성 후 축구 활동시 안전관리 의견 △고척근린공원 내 순환(조깅)트랙 설치 의견 △고척근린공원 운동장 내 조명탑 설치 의견 △기타 의견 등 '반대'를 선택하더라도 나머지 응답을 계속해야 하도록 돼 있었다. 

이처럼 불리하게 진행된 투표에도 불구하고 구로구는 "온라인 설문조사는 사업추진에 대한 전반저긴 주민의견을 참고하기 위해 시행한 사항이며, 오프라인 의견으로도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에 대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사업추진에 대한 갈등 조정시까지 사업을 보류한다"고 결정했다.

구로구 스마트환경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지난 23년 4~5월 추진한 온라인 설문조사는 사업의 시행 및 중단을 결정하는 사항이 아닌 사업추진 중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었다"며 "온라인 설문조사 외 서면 및 유선 등의 주민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했다. 

구로구의 이러한 답변은 결국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8월25일 오전10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약 5시간 동안 열린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사업 주민 설명회에서는 찬·반 대립이 극심한 가운데 주민 한 명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과 구급차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당시 인조잔디 조성을 찬성한 한 주민은 반대를 표명해 쓰러져 실려가는 주민에게 '잘가세요~잘가세요'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비하하기도 했다. 

◆"예산 이월 가능하다는데…구로구, 올해 무조건 사용해야"

지난 2006년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조성사업에 예산 13억 원을 확보했지만 당시 주민설문조사와 전화여론조사에서 찬·반이 맞서며 결국 공원재정비사업으로 전환 된 바 있으며, 2011년에는 구로구축구연합회 회원들과 구로구 주민들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며 다시 한 번 인조잔디 조성이 무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3년 박칠성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구로구 제4건구구)이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 사업'에 대한 의원발의로 예산을 편성하며 또다시 주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구로구에서는 인조잔디 조성에 힘을 쏟고 있었다.

구로구 녹지과 관계자는 "2024년으로 이월된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면 반납해야 하는데 반납하면 추후 같은 이름으로 예산을 받기 힘들어 빨리 사용해야 한다"며 "이 예산은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조성에만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조성 사업 예산은 내년으로 이월시킬 수 있었으며, 안양천 등 다른 곳에도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8월23일 의원발의를 제시한 박칠성(구로을구, 신도림) 시의원은 인조잔디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 15명이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 담당자에게 "예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전화통화로 의사를 전달했다.

이처럼 주민 간 갈등이 심화돼 병원까지 실려가는 사고가 발생하고, 의원발의를 진행한 시의원까지 용도 변경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로구는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주민설명회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인조잔디 조성을 반대하는 한 시민은 "지난 8월22일과 25일 2차례의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넘어지고 다쳐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며 "이미 반대로 무산된 주민설명회를 계속해서 진행하려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