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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인수 결사반대" MG손보노조, 반발 고조

"메리츠, 고객DB·공적자금 목적 인수…법률 리스크 해소가 먼저"

김정후 기자 기자  2024.09.11 18: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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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설을 두고 노동조합이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승계 불안과 공적자금 및 우량자산 편취 우려 때문이다. 다만 인수에 앞서 대상자 지정이 우선이기에 메리츠화재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보 근로자들은 메리츠화재의 인수설을 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및 MG손해보험지부 노동조합원들은 최근 금융위원회와 보험개발원 등 금융기관 앞에서 시위를 진행한데 이어 전날에는 서울 강남 메리츠화재 본사 앞에서 '밀실야합 메리츠 수의계약 결사반대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 노조가 메리츠화재로 화살을 겨냥한 이유는 앞서 지난달 MG손보 4차 매각에 메리츠화재가 '깜짝 등판'했기 때문이다. 그간 사모펀드가 주로 입찰했던 매각에 대형 손보사가 참가하자 업계 관계자들도 놀란 반응을 보였다.

실제 인수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MG손보를 위탁 받은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무산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면서 메리츠화재의 재등판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수의계약이란 경쟁이나 입찰에 의하지 않고 상대를 임의로 선택해 체결하는 계약이다. 매각하는 입장에서 상대를 고를 수 있다면, 인수 후 재매각에 나설 사모펀드보다는 중량감 있는 보험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배경에 메리츠화재 인수설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지만, 역설적으로 같은 이유에서 노조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예보는 MG손보 인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적자금 지원에 더해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허용했다. 4차까지 진행됐음에도 매각에 실패한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P&A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안고 가야하는 지분매각(M&A)과 달리 우량 자산만 가져가는 선별적 인수가 가능해 인수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구미를 당기게 하는 조건이다. 

반면 노조는 이 점을 들어 메리츠화재가 직원 고용승계는 무시하고 공적자금과 고객 데이터베이스(DB)만 취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는 또다른 시장의 교란"이라며 "150만 고객 DB와 자산 중 자기들에게 유리한 우량자산의 인수, 예보의 공적자금 지원금 5000억원의 편취를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배영진 MG손보 노조 지부장은 "MG손보를 인수하려면 메리츠금융이 가진 법률 리스크를 모두 해소하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3년 계리적 가정 조작을 통해 조정호 회장에게 배당금을 쏟아부은 문제, 직원이 내부 부동산 PF 정보를 악용해 부동산 투자를 한 사건 등 모든 수사를 떳떳하게 다 끝내고 깔끔한 몸과 마음으로 다가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같은 반발에도 메리츠화재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의계약 특성 상 매각 대상자로 지정돼야 인수 논의나 검토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보는 오는 24일까지 수의계약 참여 의향서를 접수하고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메리츠화재의 인수설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 계속해서 시위를 벌여온 만큼, 협상 대상자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 노조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