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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가구 만점, 최저 커트라인 "서울 청약, 위장전입 필수?"

디에이치 방배 만점자 대거 탈락…청년 정책 여파, 가점제 물량 '급감'

박선린 기자 기자  2024.09.11 16: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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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강남권 대어로 평가되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 1순위 당첨자 가운데 '가점 79점'이 등장하면서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4050세대에서는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당첨을 좌우하는 서울 청약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분양일정에 돌입한 디에이치 방배는 지하 4층~지상 33층 29개동 3064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단지다. 이중 일반 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59~114㎡ 1244가구다. 무엇보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6억원 상당 시세 차익이 기대되면서 높은 가점 통장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실시된 1순위 청약 결과 △모집 650가구 △접수 5만8684명으로, 평균 경쟁률 90.3대 1을 기록했다. 가장 경쟁률이 높은 유형은 경쟁률 233.1대 1(모집 63가구·접수 1만4684명)을 이뤄낸 전용면적 59㎡B 타입이다. 

'최고 당첨 가점(79점)'도 해당 타입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6인 가구 기준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에 해당하는 만점 점수다.

유형별 최저점 커트라인 역시 4인 가구 기준 만점(청약통장 15년 이상·무주택 15년 이상)인 69점이다. 무려 70점 이상 최저 당첨가점을 기록한 유형은 △전용 59㎡C(73점) △114㎡A(74점) △114㎡B(70점) 등이다. 사실상 4인 가구는 당첨이 불가능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무려 15년 이상을 무주택으로 버틴 4050대 중장년들에게 서울 주요 청약은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져 허탈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처럼 최근 가점 경쟁이 치열한 배경은 정부 정책 변화 영향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 정부는 무주택 청년층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무작위 추첨 물량을 대폭 늘린 바 있다. 

전용 85㎡ 이하(투기과열지구 기준)는 100% 가점제로 당첨자를 뽑았던 2022년 이전과 달리 △59㎡ 이하 60% △60~85㎡ 이하 30% 추첨으로 변경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9억원 초과 주택에 있어서도 특별공급을 추가했으며, 신생아 우선공급 등 범위도 확대하면서 가점제 물량이 또 다시 줄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그동안 청약통장에 공을 들인 4050세대 사이에선 '역차별'이라고 호소하는 등 청약제도를 둘러싼 불신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 경기 거주자(44세)는 "청년층을 위한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분양가 2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내놓는 게 과연 다수 청년층을 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일부 금수저들을 위한 혜택인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현 청약제도가 핵가족화·1인가구 증가 등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인가구 이상 비중은 33.9%인 반면 1·2인가구 비중 66.1%로 늘어났다. 전국 평균 가구원도 1970년대 5.2명에서 2.2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구성원 수가 청약을 좌우하고 있는 건, 나아가 '위장전입'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토부 '공급 질서 교란행위 적발현황'에 따르면 2020∼2023년에 적발된 부정청약은 총 1116건이었다. 이 가운데 위장전입 사례가 778건(69.7%)으로 가장 많았다.

업계 전문가는 "부양가족 인원을 늘리는 방식은 공정한 청약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면서 "이를 줄이기 위해선 정부가 청약 위장 전입 문제에 대해 철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전반적으로 큰 틀의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