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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 블랙박스 영상' 공개 유튜브 채널, 운영자에 "반성하라" 뭇매 쏟아져

운영자 과거 발언들 '급발진 선동' 비판…'페달 블랙박스' 홍보라는 지적도 상당

노병우 기자 기자  2024.09.11 12: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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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급발진 사고 예방법은 페달 블랙박스 설치가 아니라 페달 오인의 인적 오류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인적 오류를 배제하는 순간 아무것도 못해요."

#"급발진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면 페달을 잘못 밟았겠구나 하고 발을 떼거나 할텐데 급발진이라는 생각이 드니 저렇게 브레이크인줄 알고 풀 액셀(액셀러레이터)을 밟는 겁니다."

지난 2일 모 유명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해당 영상의 제목은 <'페달 블랙박스에 잡힌 급발진(?) 상황! 운전자는 어떤 페달을 밟았을까요?'>다. 이런 댓글들이 달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해당 채널이 '대한민국 급발진 조작 1등 채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 7월 고흥군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남편 A(68세) 씨와 아내 B(65세) 씨가 외출하는 중이었으며, 운전대를 잡은 A씨는 운전경력 45년이었다.

먼저 차량 전방을 비추는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르던 차량의 속도가 내리막길에서 점점 높아지는 장면이 담겼다. 당황한 운전자 A 씨는 "오, 오, 오" 소리를 내며 차를 멈추기 위해 옹벽 쪽으로 차를 몰았지만, 높아진 속도 탓에 차량이 멈추지 않았고 이내 풀숲을 넘어 저수지로 추락했다.
 
사고 후 운전자 A 씨는 급발진을 확신했지만 페달 블랙박스에 담긴 진실은 달랐다. 페달 블랙박스에는 A 씨가 내리막길에 진입하기 전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가 다시 올려놓는 모습이 담겼고, 이후 추락 직전까지 가속페달만 끝까지 밟는 모습이 비춰졌다.


해당 영상 댓글에는 자신의 인적 오류를 인정하고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한 운전자 A 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응원 댓글을 주를 이뤘다. 

동시에 채널운영자를 비난하는 댓글도 상당했다. 과거 사고 피해자를 대변하며 누리꾼들의 큰 지지를 받던 상황과는 완전 딴판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채널운영자는 교통사고 분야를 대표하는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으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급발진 분야만큼은 여론이 차갑게 등을 돌렸다. 


급발진 주장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며 급발진 이슈를 공론화해 온 그가 급발진에 대해 과거 했던 발언들이 '급발진 선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즉, 채널운영자가 그동안 보여준 수많은 급발진 주장 사고 영상을 통해 오히려 많은 운전자에게 '급발진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심어준 셈이다. 

실제로 채널운영자가 해당 콘텐츠에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기 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0명의 투표 참여자의 50%는 '급발진 사고로 보인다'고 답했고 △잘 모르겠다'(44%) △운전자 실수로 보인다(6%)가 뒤를 이었을 정도다.

앞서 채널운영자는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블랙박스 영상에 "왜이래? 왜이래? 왜이래?"같은 생생한 음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황하는 목소리가 여러 번 나오는 시간 동안 페달을 오인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사랑하는 아내 태우고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저럴 수 있겠냐, 누가 저렇게 액셀을 끝까지 밟겠느냐, 차가 미쳐서 급발진 났다"는 발언도 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그동안 언급해온 급발진 관련 주장들은 자동차 구조학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EDR은 객관성이 없다 △브레이크 램프 가지고는 (급발진 여부를) 알 수 없다 △브레이크가 딱딱해지면 안 밟힌다 등이다.

이번 영상에서 다수의 좋아요를 받은 댓글들을 살펴보면 그동안 채널운영자가 블랙박스 영상을 설명하면서 급발진 공포를 조장한 책임이 분명하다는 지적들이 상당하다.

#"이번 사고도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없었으면 급발진이라고 했을 것 아니냐. 급발진 선동하지 말아주세요. 급발진 있다고 세뇌당한 사람들이 사고 나면 급발진부터 주장한다. 반성하시기 바란다."

#"이분들이 왜 급발진으로 오인했고, 브레이크로 다시 밟을 생각을 못했는지 생각해 봐야합니다. 그건 채널운영자님을 비롯한 언론의 문제입니다. 무조건 급발진으로 몰고 가니 사람들이 페달 오조작을 배제하고 급발진으로 생각하고 다시 브레이크로 조작할 판단을 못하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채널운영자가 급발진 주장에 무게를 둔 발언을 하는 것은 본인이 판매하고 있는 페달 블랙박스에 대한 홍보 때문이라는 지적도 상당했다. 채널운영자가 이번 영상에서 "페달 블랙박스는 불필요한 다툼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며 "마음을 홀가분하게 하기 위해서 페달 블랙박스는 필요하다"고 주장한 탓이다.

이에 한 사용자는 댓글에서 "누가 급발진을 선동해서 이득을 취할까? 돈으로 보면 답이 보인다"고 언급했으며, 다른 사용자는 "끝까지 페달 블랙박스 홍보하는 것 봐라. 역시 장사꾼이야"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주장 현상 대부분이 운전자 본인이 작동시키고 있는 페달이 브레이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며, 차량 결함에 의해 급발진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 확증편향이 오히려 사고 발생을 부추긴다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미디어나 유튜버 등이 내놓는 자극적인 급발진 영상에 자주 노출됨에 따라 순간적으로 본인의 착각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며 "이는 곧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국민들이 급발진 영상을 접하게 되면 감정을 대입하는 경향이 커 과학적, 논리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급가속 사고는 이번 시청 참변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 잘못 없는 행인의 사망사고를 유발하는 만큼,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일수록 급발진 주장 사고를 다룰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급발진 주장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7월 한 종편 방송사는 급발진 주장 사고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시내 주택가를 달리던 전기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 직후 60대 택시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사고 후 경찰이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결과 가속페달을 6번이나 밟았다, 뗐다를 반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 때까지 운전자는 가속페달을 밟은 상태를 유지했다. 이 사고 사례는 유럽연합 유엔 경제 위원회에서 발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