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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백화점·OO마트' 옛말...유통가, 트렌드 바뀐 간판 교체

점포에 지명 떼고 새이름..."MZ세대 겨냥 미래형 백화점·대형마트 모델 제시"

추민선 기자 기자  2024.09.09 12: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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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백화점·대형마트 등유통업계가 새로운 간판을 내걸고 있다. '○○백화점' '○○마트'라는 이름을 떼고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 모시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경기점 이름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바꿨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 있는 사우스시티는 2007년 3월 개점 당시에는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이었다. 2009년 10월 경기점으로 변경했다가 최근 재단장을 마치면서 이름을 바꿨다.

특히 '사우스시티'라는 명칭은 경기 지역 거점 점포에서 수도권 남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 명칭에서 '백화점'과 'OO점'이라는 표현을 제외해 '신세계' 브랜드를 강조하고 고객에게 점포별 차별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4년에 걸쳐 백화점을 재단장하고 백화점 옆에 붙어있는 이마트도 스타필드 마켓으로 새로 선보이면서 점포명을 바꾸게 됐다"며 "사우스시티는 지역 상권의 개념을 확장하기 위한 포부를 담은 이름으로 경기 남부권 1등 백화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마트(139480)는 전국 지점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죽전점을 '스타필드 마켓'으로 리뉴얼해 지난달 29일 오픈했다. 이마트가 운영하되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와 협업해 스타필드의 복합쇼핑몰 형태를 가져왔다. 

특히 2개 층으로 운영하던 마트를 지하 1층에서만 운영하며 1개 층으로 과감히 줄이고, 메인 공간을 자녀를 둔 가족들이 쇼핑을 하지 않아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마련했다. 눈에 띄는 공간은 바로 1층이다. 상업 매장으로 운영해 매출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 대신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운영하는 '별마당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북그라운드 공간으로 채웠다. 

이마트는 '매일 1시간의 여유, 우리 동네 소셜클럽'이라는 콘셉트 아래 장보기가 휴식이 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과감한 공간 혁신을 시도했다.

판매 시설을 촘촘하게 배치하는 데 집중한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매장의 핵심 공간을 다양한 고객 참여형 시설로 채워 휴식과 체험, 쇼핑이 어우러진 '미래형 마트 모델'을 제시했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에서 마트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 구성이 필수"라며 "스타필드 마켓은 이마트의 그로서리(식료품) 강화 전략에 스타필드의 테넌트(임대매장) 운영 노하우를 결합한 최적의 쇼핑 공간이자 지역 주민에게 여가와 쇼핑 체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신개념 공간"이라고 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지난 6일 부산점을 새로 단장해 재개장하며 '커넥트현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1995년 개장한 이후 29년 만이다.

부산 동구 범일동에 있는 커넥트현대는 2000년대 초반까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몰이했지만 범일동 상권이 쇠락하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잇따라 부산에 진출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지난 7월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복합쇼핑몰로 재단장했다.

커넥트현대는 지하 5층~지상 9층 규모로, 백화점의 '프리미엄'과 아울렛의 '가성비', 미술관의 '문화·예술 체험' 등 다양한 업태의 강점이 결합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최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물론 부산의 특색을 살린 로컬 콘텐츠 등 총 240여 개 브랜드가 들어섰고,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해 매장 곳곳을 전시·체험형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류제철 커넥트현대 점장은 "커넥트현대는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연결하는 공간'을 뜻한다"며 "글로벌과 로컬이 공존하는 '글로컬 문화·예술 콘텐츠'와 함께 프리미엄과 실용을 연결하는 '신개념 실속형 리테일 모델'을 제안함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백화점이 지난 2021년 개장한 '더현대 서울'도 처음으로 백화점 이름을 떼어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더현대 서울은 기존 백화점과 달리 체험형 콘텐츠와 다양한 즐길거리로 매장을 채워 새로운 복합쇼핑 공간을 제시해 실적 호조를 이뤘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5월 수원점 이름을 개장 10년 만에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변경하며 인근의 스타필드 수원과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예 '롯데'라는 이름을 떼어버린 것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점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이후 처음 선보인 점포로 약 1000억원을 투입해 1년 동안 대대적으로 점포 리뉴얼을 진행했다. 

타임빌라스는 롯데백화점이 내놓은 새 브랜드로 백화점이 가진 프리미엄 요소와 쇼핑몰이 가진 다양성을 한데 모은 융합형 쇼핑몰을 뜻한다.

김시환 타임빌라스 수원점장은 "타임빌라스는 백화점이 가진 프리미엄 요소와 쇼핑몰이 가진 다양성을 한데 모은 진정한 컨버전스형 프리미엄 쇼핑몰"이라며 "콘텐츠, 공간, 서비스 등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한 타임빌라스 수원을 통해 고객들에게 쇼핑 경험의 혁신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마트가 단순 쇼핑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백화점, 마트 등의 간판 대신 새로운 간판으로 바꾸는 움직임으로 보이고 있다"며 "새 브랜드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