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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일가' 씀씀이 논란, 정치권 "비자금 실체 밝혀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여야 모두 규명 필요성 강조…"처벌도 이뤄져야"

조택영 기자 기자  2024.09.03 19: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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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가 노 전 대통령 사망 이후에도 재벌에 준하는 돈 씀씀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평생 경제활동을 해온 적 없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자녀들 간에 100억원대 자금이 오고 간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여기에 아들 노재헌 변호사 역시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150억여원이 흘러갔다"며 "이것이 비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상속세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에 대한 규명 필요성을 강조한 것.

해당 돈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 여사가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자신의 명의로 기부한 147억원이다. 이 때문에 평생 근로·사업소득을 가진 적 없는 김 여사가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기부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은닉 비자금'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정 위원장은 "'성공한 비자금'은 법적 개념으로 보자면 소급적용 하냐 마냐의 문제가 있지만, 정의를 세우느냐도 충돌한다"며 "불법 비자금은 환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조세범 처벌법에 의해 처벌 받아야 하고, 범죄수익은닉에 대한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최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 은닉 비자금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은닉재산 환수를 위한 합동조사단이 구성됐고, 2020년에는 그 가족의 탈세혐의에 관한 검찰의 어떤 동향이 있던 것으로 (언론) 기사로 확인된다"며 노 전 대통령 은닉 비자금에 대해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심 후보자는 "구체적 사실관계 파악이 되지 않아 바로 (법률적으로) 답변하기는 어렵지만, 총장에 취임하게 된다면 정확히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여야 의원의 질의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지난 2013년 법원 추징금을 완납했음에도 여전히 '추가 비자금' 은닉 정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내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1996년 대법원으로부터 2628억원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이를 지난 2013년 완납하며 추징금 문제에서 떳떳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뚜렷한 기업·경제활동을 일군 바 없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여전히 수백억원대 자금을 운용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진행 중인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김 여사가 1998년 경 남겼다는 메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메모에는 노 전 대통령 자금 904억원이 연희동 저택과 측근, SK 등에 고루 분산된 '맡긴 돈'으로 기재됐다. 이는 1995년 검찰의 노태우 비자금 수사에서도 드러난 바 없는 돈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1년 노 전 대통령 사망을 전후로 은닉 비자금이 재단 기부, 역외 탈세 등으로 대물림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노 변호사는 지난 2016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취재에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3곳을 설립한 것이 밝혀졌고, 해외에 다수의 고가 부동산을 보유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부동산 거래내역·자금동원과 관련해 노 변호사는 그동안 세무당국에 이를 신고한 바 없어, 자금 출처와 이에 합당한 납세가 이뤄졌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노 변호사가 국제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활동했더라도, 변호사 활동만으로 이러한 부를 자체적으로 일구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재벌에 준하는 자금 규모로 여러 활동을 벌여온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의혹 해소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최근 '헌정질서 파괴 범죄자'가 사망해 공소제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범죄 수익을 모두 몰수하고 추징하는 내용의 '고(故)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몰수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김옥숙 메모' 등을 근거로 국세청에 '탈세제보서'를 제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탈세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세청 역시 강민수 청장이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를 통해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탈세조사를 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