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업 사냥 판돈 우려" 한양증권 노조, 매각 반대 시위

'강성부 펀드' KCGI 인수 계획에 '파킹 딜' 의혹 제기 "금융 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심혈 기울여야"

황이화 기자 기자  2024.09.02 16:27:1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2일 한양증권(001750) 노동조합이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PEF) KCGI의 인수에 대한 반대 시위에 나섰다. '깜깜이 인수' '파킹 딜 의혹'에서 벗어나 한양증권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경영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양증권지부 조합원은 여의도 소재 한양증권 본사 앞에서 한양증권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한양증권 노조는 "한양학원이 한양증권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자회사인 한양산업개발의 무리한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부채비율이 치솟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한양증권의 경영상 문제가 아니라 한양학원 자회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양증권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지난달 22일 한양증권은 우선협상대상자인 KCGI와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KCGI는 한양학원과 특수관계사인 백남관광, 에이치비디씨가 보유한 한양증권 주식 보통주 376만6973주(지분율 29.6%)를 2449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아직 주식매매계약(SPA)은 체결하지 않았고, 가격과 조건 등에 대해 협의 중이다. 

그런데 이 인수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우선 KCGI의 연결기준 총자산 939억원을 크게 웃돌고,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금액 대비로도 큰 배경이 따로 있다는 것. 노조는 '파킹 딜' 의혹을 지적했다. 파킹딜이란 지분을 다시 사들인다는 조건(콜옵션) 등을 달아 제 3자에게 매각하는 행위다. 금융감독원도 한양증권 인수 관련 파킹딜 여부를 주목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은 보통 시총의 30%가 반영되지만, 3~4배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매각"이라며 "한양학원과 이사장의 5%룰을 유지하기 위해 합산 9%의 지분을 남겨두는 이유는 파킹딜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 본부장은 "한양증권이 보유한 자기자본 5000억원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보통의 경영권 프리미엄보다 4배~6배 높은 2400억원을 내고서라도 쓰겠다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강성부 펀드는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맞냐"며 "기업 사냥꾼의 레토릭에 불과하고, 한양증권 자기자본 5000억원을 기업 사냥 판돈을 쓸 것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노조가 파킹딜 의혹을 제기하는 지점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CGI에 한양학원 대주주의 아들이 취업한 사실 △KCGI 펀드 대표이사인 강성부 회장이 한양대 우대교수를 역임한 사실 등에 기인한다. 

이날 노조원들은 "KCGI가 무리한 자금조달로 한양증권을 인수하더라도 재무적 투자를 받는 경우, 자본회수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며 "한양증권이 보유한 부동산의 매각 등에 따라 한양증권 경영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영 부실에 따라 인적 구조조정으로 귀결된다면 한양증권 노동자들 고용은 풍전등화와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시위에 나선 핵심 이유는 고용 안정성 문제다. 노조에 따르면, 한양증권의 매각 공시 이후 한양증권이나 KCGI 측의 인수 후 경영 및 고용 계획이 알려지지 않은 '깜깜이 인수'라는 지적이다.

이재진 위원장은 "강성부 펀드는 단 한번도 노동 조합과 앞으로 경영 어떤 방식과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에 대한 협의를 한 마디 하지 않고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한양증권 노조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조하며 매각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원들은 "금융당국은 파킹딜 여부, 우량증권회사인 한양증권의 경영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는 한양증권 매각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양증권 매각 내용이 공시된 지난 22일, 동 매각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자 기존 노조 외 새로운 노조인 사무금융노조 한양증권지부가 창립총회를 열었다. 현재 노조에는 직원 100명 이상이 가입했으며, 노조 측은 향후 더 많은 직원들이 가입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