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NH투자증권(005940)·삼성증권(016360)·KB증권이 '미국주식 주간 거래 취소지연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다. 고객에게 거래 위험성에 대한 약관을 사전에 고지했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당초 제시한 '자율 조정'이 결렬됨에 따라, 금감원은 민원을 기각할지 '분쟁조정'으로 돌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NH투자증권은 민원을 접수한 투자자들에게 "이번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및 주문 취소, 복구작업으로 인한 거래재개 지연은 해외 거래소의 일방적인 거래중단 및 취소 통보"라며 "이는 회사의 귀책사유로 볼 수 없다"고 고지했다.
삼성증권과 KB증권 역시 "현지 거래소의 책임 사유로 주문, 체결 등 지연 또는 불능, 그 밖의 불편, 장애가 발생한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이 없다"라고 사전에 명시했다며 "본 건 관련 자사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알렸다.
증권사와 투자자, 금융당국 모두 이번 미국주식 주간 거래 취소지연 사태는 원인이 미국현지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에서 시스템 장애라고 인식하고 있다. 앞서 5일 블루오션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증시 급락 여파로 투자자들의 주문이 급등하자 오후 2시45분 이전 주간 거래분에 대해서 거래소 직권으로 주문체결을 취소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을 비롯, 일부 증권사들이 일괄취소 거래에 대한 원상복구 작업이 지연된 점은 증권사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이 기간 금전적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및 금감원에 피해 보상안을 요구한 것.
지난 7일 금감원은 주간거래를 중개 중인 국내증권사는 19개사며 취소된 거래 금액은 약 63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109건이었다.
당시 금감원은 "이번 사태가 현지 대체거래 시스템 오류에 따른 일방적 거래 취소로 발생한 만큼 국내 증권사의 귀책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증권사와 투자자 간 자율 조정을 우선 추진하는 등 투자자 불만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민원에 대한 대응으로 '자율 조정'을 택해 사실상 증권사와 투자자가 '알아서' 협의하도록 했다. 하지만 20여일이 지난 현재 증권사들이 배상 책임이 없다고 최종 통보하면서 자율 조정은 결렬된 셈이 됐다.
증권사들은 블루오션의 원인 제공과, 해외 ATS 오류 등에 따른 투자 위험성을 약관에서 고지를 했다는 이유를 들어 배상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앞서 8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투자자 개인의 자율적 투자 의사결정이 침해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중개자들 책임이 있다"고 말한 만큼 금감원도 증권사 책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금감원 민원 제기에 대한 답변을 기다린 뒤 향후 증권사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민원 제기도 검토 중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 3조1항 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 등에 따르면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작성하고, 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며,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부호·색채·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약관을 작성해야 한다.
이번 주간거래 사태로 피해를 봤다는 한 투자자는 "증권사들이 금융소비자들에게 주요 위험성과 관련된 내용을 명확하게 인지시켜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제 공은 금감원으로 넘어왔다. 증권사들과 투자자들의 자율조정이 결렬되면서 금감원은 분쟁조정으로 갈지 민원을 기각할지 판단해야 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증권사들이 약관 등으로 위험성을 고지했다고 하지만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며 "ELS 불완전 판매 사태 때에도 위험성을 고지했다 하더라도 금감원은 요식행위로 보고 불완전판매라 규정해 배상을 결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금감원이 증권사가 약관의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