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은행권이 만기 축소·한도 제한 등으로 대출 관리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 조이기'를 지적하자, 은행권이 단 하루만에 도출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이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국내 은행장들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대출금리 등 가격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언급된 방안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고려한 대출심사를 체계화하고, 대출 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은행권의 이같은 조치는 금융당국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은행의 부동산·가계대출 상황에 따라 자율성 측면에서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 (금감원이) 관여를 안 했다"며 "최근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은 정부가 원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감원은 은행이 자율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나 갭투자 대출 등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당국은 집값 상승 기대감에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은행권에 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은행권은 주담대 등 주택 거래 관련 대출의 금리를 높여 당국 요구에 발맞췄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도 대출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지난 6월 말(552조1526억원)보다 7조5975억원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은행권의 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 조이기가 통하지 않자, 이 원장이 이에 대해 비판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새로운 가계대출 관리 방안이 이날 도출됐다.
이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우리은행은 해당 관리 방안을 적용하기로 한 상태다. 공통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에 대한 모기지 보험(MCI·MCG) 적용이 중단된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지역별로 △서울 5500만원 △경기도 4800만원 △나머지 광역시 28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씩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은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에도 한도 등 제한을 설정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물건별 1억원으로 구체적인 한도를 내세웠으며, 신한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대출 중단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은행별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과 대출 기간 축소가 진행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 처분과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에 해당하면 내주던 대출도 차단한다는 이야기다.
KB국민은행은 대출 기간을 조정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인다. 오는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담대의 최장 대출 기간을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한다. 대출 만기가 줄어들면, 그만큼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 금액이 늘면서 대출 한도가 감소한다.
또 주담대 거치 기간이 당분간 없어진다. 거치 기간은 대출의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기간이다. 앞으로 대출자는 거치 기간 없이 이자와 원금을 모두 상환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KB국민은행은 논·밭·과수원 등 나대지(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 담보 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갈아타기(대환)도 제한한다. 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현재 1억원∼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감액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대출을 규제하면 투자성 자금의 경우 기타 토지 대출로 번지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실수요자를 지키되 투기 수요를 적극적으로 막는 대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