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한양행(000100)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미국 FDA(미국 식품의약국) 관문을 국내 항암제 최초로 관문을 넘으면서 '넥스트 렉라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렉라자의 승인으로 한국 제약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다양한 국산 신약이 FDA 문턱을 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LB(028300), HK이노엔(195940) 등이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안으로 미국 FDA에 허가 신청을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넥스트 렉라자'가 탄생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LB는 올 9~10월 FDA에 간암 치료제 신약 '리보세라닙' 재승인 서류를 제출한다. HLB는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 요법으로 'FDA 허가를 받은 첫 국산 항암제' 타이틀을 노렸지만 지난 5월 FDA에서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하지만 HLB는 FDA가 항서제약 공정에 보완을 요구했을 뿐 리보세라닙에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아 허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FDA가 재승인 서류를 접수한 뒤 '클래스1'로 분류할 경우 최대 2개월, '클래스2'로 분류할 경우 최대 6개월의 심사 기간이 소요된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FDA 재심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이르면 이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으로 FDA 허가 신청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기존 프로톤 펌프 저해제(PPI) 약물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신약이다. 위식도역류성질환 관련 미국 시장 규모는 3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한올바이오파마(009420)는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 '바토클리맙'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한 뒤 내년에 FDA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한올바이오파마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현지 파트너사 이뮤노반트가 하반기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내년 3월로 연기한 상태다.
이외에도 지난 7월 글로벌 임상 3상 투약을 완료한 코오롱티슈진(950160)의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C-G'와 글로벌 임상 3상 중인 아리바이오의 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내년 말 마치고, 2026년에는 톱라인을 발표하고 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코오롱티슈진의 TG-C는 미국 임상 1상을 착수한 지 18년 만인 지난 7월 미국 임상 3상의 환자 투약을 종료, 2026년 7월까지 2년간 추적 관찰을 진행한 뒤 FDA 신약 허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차기 렉라자 찾는 유한양행...'이중항체 항암제·알레르기 치료제' 기대
한편,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국내 최초 미 FDA의 승인을 발판으로 삼아 '제2의 렉라자'를 탄생시키기 위해 R&D에 더욱 집중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한 파이프라인을 제2, 3의 렉라자를 만들어 또 다시 기술수출 신화를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렉라자는 전통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의 가장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결과로 꼽힌다. 지난 2015년 7월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물질 개발 단계에 있는 렉라자를 도입해 물질 최적화부터 특허 획보, 전임상시험과 자체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한 뒤 2018년 11월 얀센에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약 1조6000억원 규모로 넘겼다.
얀센이 FDA로부터 렉라자 병용요법을 허가받으면서 8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을 유한양행에게 지급하게 됐다. 마일스톤과 별도로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상용화되면 전 세계 판매액의 최소 10%의 로열티를 받는다. 여기에 기술을 도입했던 오스코텍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빼면 한 해 유한양행은 렉라자로 최대 3000억원 정도의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렉라자로 꼽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YH35324'와 'YH32367'이다. 두 파이프라인 모두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부터 인수하거나 공동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는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도입한 물질로, 임상 1상을 밟고 있다. 이중항체 항암제(YH32367)는 국내 바이오 기업 에이비엘바이오에서 도입한 물질로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2상을 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YH32367가 연매출이 약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의 신약) 항암제인 '엔허투'보다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은 "차기 후보물질로는 이중항체 항암제와 알레르기 신약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는 8개 물질의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내년까지 12개 이상으로 (후보물질을) 늘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렉라자의 FDA 승인을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국산 신약의 위상이 제고되고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속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확산과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정부와의 민관 협력 강화 등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제2, 제3의 미국 FDA 승인 신약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