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판매대수 기준으로 세계 3위 자동차 제조업체에 오른데 이어 향후 사업전망, 재무 건전성 등 질(質) 측면에서도 '톱 티어' 자동차 메이커로 인정받았다.
최근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신용평가 분야에서 일본 토요타·혼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모두 'A 등급'을 받으면서다. 더욱이 3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은 자동차업체는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혼다 그리고 현대차·기아 뿐이다.
여기서 3대 신용평가사는 미국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영국의 피치(Fitch)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3대 신용평가회사의 위상은 막강하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하루에만 수십조 원의 자금이 전 세계를 넘나든다.
독일 폭스바겐만 하더라도 연간 생산대수는 현대차·기아보다 많지만, S&P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다. 현대차·기아(A-)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빅 3로 불리는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는 신용평가사 3곳 모두에서 B등급을 받았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들어 국제 신용등급이 가파르게 올라서고 있다. 올해 2월 무디스와 피치에서 A등급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S&P에서도 신용등급이 A-(안정적)로 상승했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비롯한 각종 재무지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모두 가능한 유연한 생산능력 등이 신용평가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0%를 넘었다. 대표적인 회계지표인 EBITDA는 이자비용(Interest)과 세금(Tax), 감가상각(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Earning)을 일컫는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 즉 현금창출 능력이 빼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가 최근 인도에서 최대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점도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도 자동차시장은 전 세계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축이다.
EV와 하이브리드차 동시 대응이 가능한 현대차·기아의 유연한 생산능력도 3대 신용평가사의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EV만 생산하는 테슬라, 하이브리드 생산에 주력하는 토요타와 비교하면 현대차와 기아는 시장상황에 맞춰 EV와 하이브리드차의 생산을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
미국 남부 조지아 주에 건설 중인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EV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도 혼류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나자 기민하게 시장 변화를 반영한 조치다.
EV 시장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도 아니다. 미국 자동차 관련 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에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의 전기차시장 점유율은 10%로 집계됐다. 테슬라(50.8%) 다음으로 2위다. 포드(7.4%)와 GM(6.3%)은 각각 3, 4위에 그쳤다.
유럽에서도 연내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개하며 캐즘(일시적 수요부진) 탈출에 앞장설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상승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부합한다. 신용등급 상승은 곧 기업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돼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주가 역시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차·기아에 투자한 소액 투자자 역시 밸류업 효과로 더 많은 수익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조달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자 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자 비용 감소에 따라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신사업 투자나 배당 여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한편 현대차는 한 단계 올라선 회사 위상에 걸맞게 국내·외 투자자와도 투명한 소통에 나선다. 오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앞으로의 주요 경영전략 및 재무 건전성 목표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