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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전 0시 축제 '문화 중심지'로의 변모를 기대하며

"대전의 문화적 부활, '대전 0시 축제'가 보여준 가능성"

오영태 기자 기자  2024.08.24 12: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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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전 0시 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큰 성공을 거두며 지난 17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번 축제는 단일 기간 동안 2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국내 축제 중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흥행 성과는 대전이 '문화 불모지'에서 '문화 중심지'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화'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매우 넓고 다양하다. 정치문화, 전통문화, 청년문화, 교육문화 등 다양한 현상과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이 개념은 우리 일상 속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과거 대전은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근대 도시라는 이유로 '문화 불모지'로 불리며, 그 문화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왜 당시 사람들은 대전에 문화가 없다고 여겼을까?

최근 필자는 지인들과 함께 대전의 구도심인 은행동을 자주 찾는다. 이곳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경제 회복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이러한 모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전의 문화 전통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대전은 사실 훌륭한 문화적 전통과 인맥을 지닌 도시다. 문학, 미술, 국악 등 여러 분야에서 대전의 문화적 자산은 기록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문학 분야에서 대전은 고(故) 정훈, 한성기, 박용래 시인과 같은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했다. 특히 정훈 시인은 일제강점기 시절 문단에 등단하며 큰 영향을 끼쳤으며, 그의 시 '춘일', '밀고 끌고', '동백'은 중등 교과서에 실릴 만큼 중요한 작품들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대전문화원에서 열린 정훈문학제는 대전의 문학적 전통을 기리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대전은 미술계에서도 중요한 인물들을 배출했다. 한국화가 고(故) 심향 박승무, 서양화가 이인영, 문자화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고암 이응로 화백 등이 그 예다. 또한,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을 설립한 고(故) 임윤수 선생은 국악과 언론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대전의 문화적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듯 대전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배출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전의 문화적 가치는 저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서울의 인사동, 익선동과 같은 성공적인 문화 거리를 벤치마킹함으로써 대전의 구도심을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거리로 탈바꿈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전 0시 축제가 열리는 은행동 목척교 중앙시장 일대 상가 골목은 대전의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명소로 발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이 지역을 더욱 매력적인 문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대전만의 독특한 맛집, 흥겨운 음악 페스티벌,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목척교 인근을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처럼 많은 화가들이 찾아와 그림을 그리는 명소로 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영국 에딘버러 축제가 열리는 도시를 방문하는 등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는 대전역 중심의 구도심이 세계적인 명품 문화거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함이다. 대전이 전국 제일의 '0시 관광지'로 거듭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대전은 이제 더 이상 '문화 불모지'가 아닌,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전 0시 축제'의 성공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며, 앞으로도 대전이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