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공개(IPO)에 나선 케이뱅크가 상반기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하는 등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공모주 시장의 투자 열기 감소, 비교 기업 주가 부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개정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첫 번째 IPO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케이뱅크가 연내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6월28일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거래소는 통상적으로 45영업일 내에 심사를 마치기에 내달 초 상장예비심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 2022년 IPO를 추진했다 계획을 철회했던 케이뱅크는 IPO 입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형을 키웠다. 인터넷은행 최초로 비대면 오토론과 개인사업자 보증서 대출 상품을 출시했으며, 국내 최초로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중신용 고객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신용·대환대출,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삼성 AI 라이프 챌린지박스 등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내실도 다졌다. 케이뱅크가 공개한 2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상반기 누적 순이익을 85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은행 출범 이래 역대 최대 반기 실적으로 지난해 상반기 250억원과 비교해 3배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고객 증가 속 뱅킹과 플랫폼 등 인터넷은행의 핵심사업이 함께 성장함으로써 이익이 커진 가운데 중·저신용대출 비중 등 상생금융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양적·질적 성장을 바탕으로 연내 상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몇 가지 변수가 대두되면서 다소 먹구름이 끼는 모양새다.
먼저 공모주 시장의 투자 열기가 하반기 들어 점차 식고 있는 점이다. 지난달 신규 상장한 이노스페이스와 엑셀세라퓨틱스, 뱅크웨어글로벌이 상장일에 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 하반기에 미국 대선 및 전쟁 등 국내외 정치적 이슈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시장이 더 급격히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지난번 IPO 추진 철회 당시에도 시장 상황 악화를 이유로 내세웠다.
비교 기업인 카카오뱅크를 둘러싼 악재도 변수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경쟁 그룹의 기업 가치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유일한 비교 기업인 카카오뱅크는 최근 오너 리스크, 글로벌 증시 급락 등으로 주가가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국내에서 상장한 인터넷뱅크가 없어서 외국계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삼고 공모가를 산정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케이뱅크도 외국계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비교기업을 통해 공모가를 산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의 이자 비용이 늘게 됐다. 업비트는 예치금 이용료율을 2.1%로 공지했다.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하던 이용료율은 0.1%였지만 20배 가량 증가한 꼴이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업비트의 예치금은 3조원 규모로, 이용료율을 적용하면 연간 800억원 규모가 예상된다. 상반기 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매년 이자 비용에 쓰는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가상자산예치금은 시장 변동성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포트폴리오 강화 및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해 비용 측면에서 부담을 줄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