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크레스트 72에서 '히트 테크 데이(Heat Tech Day)'를 개최하고, 차량 내부의 온도를 조절해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세 가지 기술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탑승객이 차량에서 가장 먼저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실내온도를 제어해 탑승객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현대차·기아의 연구개발 성과를 선보이기 위해 개최됐다.
차량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하나의 생활공간인 모빌리티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모빌리티 안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고객들 니즈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냉·난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 한발 앞서 다양한 온도 제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온도 제어 기술은 전동화, 자율주행 시대의 차량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절감해주며, 탑승공간 내 인간공학(Ergonomics)을 실현함으로써 모빌리티를 진정한 생활공간으로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그 중 이번에 공개한 세 가지 기술은 △차량 유리에 부착하면 실내온도를 크게 낮추는 '나노 쿨링 필름' △탑승객 주위의 발열체를 통해 체감온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 △세계 최초로 48V(볼트) 시스템을 적용해 유리 내부의 금속 코팅에서 빠르게 열을 내뿜어 서리와 습기를 제거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다.
정영호 현대차·기아 열에너지통합개발실 상무는 "오늘 공개한 기술 세 가지는 다른 어떤 기술보다 고객에게 가장 가까이 와 닿는 기술이다"라며 "고객들이 모빌리티에서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떠올리면서 가장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지난해 7월 현대차·기아는 나노 테크 데이 행사를 통해 다양한 최첨단 나노 소재 기술을 공개했다. 당시 공개됐던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에 부착하기만 해도 실내온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서 현대차·기아는 기존 대비 향상된 성능과 품질을 바탕으로 제작된 대면적의 나노 쿨링 필름을 현대차 아이오닉 6 차량에 적용해 공개했다. 내·외장 색상이 동일한 차량 두 대를 마련, 한 대에는 나노 쿨링 필름을 시공하고 나머지 한 대에는 출고상태 그대로 전시해 실내온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전시에서 나노 쿨링 필름 시공 차량의 센터콘솔 부근 실내 온도는 36.0℃를, 그렇지 않은 차량은 48.5℃를 기록하는 등 두 차량의 차이는 최대 12.5℃를 기록했다.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 외부의 열을 차단하기만 하는 기존 틴팅 필름과는 달리 외부 열 차단과 더불어 차량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기능까지 추가로 갖춘 첨단 소재다.
태양 에너지의 근적외선대 파장을 반사하는 두 개 층과 내부의 중적외선대 파장을 외부로 내보내는 한 개 층을 포함 총 세 개 층으로 구성되며, 차량 유리에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실내 온도를 최대 10℃ 이상 낮출 수 있다.
특히 가시광선의 투과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창을 어둡게 하지 않으면서 기존 틴팅 필름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틴팅 필름과 함께 부착한다면 틴팅 필름의 열 차단 효과에 나노 쿨링 필름의 차단·방사 효과가 더해진다.
이날 현대차·기아는 겨울철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데워주는 기술인 복사열 난방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고 기아 EV9에 이 기술을 적용,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탑승자의 다리 부위를 둘러싼 위치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를 적용해 겨울철 차가워진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덥히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기존 공조시스템과 함께 활용한다면 적정 온도에 도달하는데 에너지를 17% 절감할 수 있고, 3분 안에 하체에 따뜻함이 전달되기 때문에 탑승객의 쾌적함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기술을 통해 공조장치의 건조한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음으로써 느끼던 불편함이 해소되고 건조하지 않은 쾌적한 난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내 난방을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통해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핵심 기술은 고온 필름형 발열체와 화상 방지 시스템이다. 110℃까지 열을 발생시키는 필름형 발열체가 각 모듈 안에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감싸고 있는 직물 소재가 인체에 따뜻한 온도로 열을 조절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각 발열체 모듈에는 신체가 닿는 즉시 이를 감지하고 온도를 낮추는 화상 방지 시스템이 적용돼 혹시 모를 화상 위험을 없앴다.
이날 행사에 전시된 EV9에는 총 9개에 달하는 위치에 복사열 난방 발열체를 적용했다. 운전석에는 스티어링 컬럼 아래쪽과 도어, 센터콘솔 등 5곳, 동승석에는 도어, 센터콘솔, 글로브박스 아래쪽 등 4곳이다.
오만주 현대차·기아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연구위원은 "겨울철 추위를 가장 빠르게 없앨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복사 난방이다"라며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통해 빠르면서도 건조하지 않은 난방이 가능해질 것이므로 고객들이 겨울에도 차를 타는데 거리낌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현대차·기아는 세계 최초로 48V 시스템을 적용한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을 소개했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차량 전면의 접합 유리 사이에 약 20개 층으로 구성된 금속 코팅을 삽입해 유리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겨울철 서리나 습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특히 48V의 고전압 시스템을 통해 영하 18℃에서도 유리 표면의 성에를 5분 내에 완전 제거할 수 있어 기존 내연기관차 공조 시스템과 비교해 약 10% 더 적은 전력으로 최대 4배 빠른 제상이 가능하다. 더욱이 여름철과 같은 더운 날씨에는 전력을 쓰지 않고도 삽입된 금속 코팅이 외부에서 오는 태양에너지를 최소 60% 차단할 수 있어 차량의 에너지효율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캐나다나 북유럽 등 혹한 지역의 전면 유리에 주로 적용되던 텅스텐 와이어 열선 대비 시인성이 크게 개선돼 열선이 전혀 보이지 않고, 빛 번짐이나 왜곡 없이 운전자에게 깨끗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대차·기아는 이 기술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혹한 지역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적용되면 앞 유리의 서리와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설치하던 공조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관련 기술을 국내외 주요 시장에 특허 출원했으며,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정기헌 현대차·기아 MLV외장설계1팀 파트장은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적용되면 단순히 고객의 편의와 쾌적성이 높아지는 것뿐 아니라 주행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운전자 시야를 방해할 수 있는 서리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48V 시스템과의 만남으로 기술의 효용과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