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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전기차 포비아' 확산, 안전성 뛰어난 'LFP 배터리' 주목

배터리 실명제 포함 다양한 대책 발표…국내 업체들 LFP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

노병우 기자 기자  2024.08.21 20: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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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던 중 '배터리 화재 문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최근의 화재 사건은 '전기차 포비아(전기차에 대한 공포증)'의 확산을 촉발하며,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전기차의 대중화에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으며, 전기차 보급이 '캐즘(Chasm, 수요 둔화)'을 넘어 내연기관으로의 역행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에 각 제조사들은 전기차 포비아의 불안심리를 낮추기 위해 '배터리 실명제'를 통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고, 정부도 100% 충전 제한 및 지하 충전시설 설치 금지, 전기차 대상 특별 무상점검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소방당국도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스프링클러와 같은 주요 소방시설의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특히 전 세계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위해 업계에서는 전기차 화재 종합 대책과 함께 정확한 진단을 통한 대책 마련으로 전기차의 안정성을 확립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안전 문제와 직결된 만큼 배터리 셀 제조과정부터 사용자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안전성 고도화 작업과 기술적인 대책을 통해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화재로부터 안전한 전고체, 반고체 배터리 등 새로운 배터리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에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선택기준으로 성능도 중요하지만, 안정성 기준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그동안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문제로 저평가 받았던 LFP(Lithium Iron Phosphate, 리튬·인산·철, Li-FePO4) 배터리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철과 인산으로 구성돼 가격이 저렴하고 섭씨 35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폭발하지 않는 등 안전성이 특징이다. 단일 셀에서 문제가 생겨도 주변 셀에 영향을 끼칠만한 강한 열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 차량의 전소 사건이 재조명된 바 있다. 토레스 EVX는 뒤에서 오던 차량과 충돌해 화재가 났는데, 26분 만에 화재진압에 성공하며 토레스 EVX가 장착한 LFP 배터리가 주목받았다. 

토레스 EVX 배터리의 제조사는 중국 BYD의 블레이드 LFP 배터리로, 특허기술인 셀투팩 공법은 셀을 촘촘하게 적재하고 셀과 팩 간의 접합상태 보강으로 외부충격에 강하도록 설계됐다.

제조사의 전기차 배터리 공개 현황에 따르면, KG 모빌리티의 △토레스 EVX △코란도 EV, GS글로벌의 T4K가 BYD의 LFP 배터리를 장착했다. 또 현대차 코나, 기아 레이 EV 등의 보급형 전기차에도 CATL의 LFP 배터리가 장착됐다. 

특히 이번 주차장 화재 규모와 비례해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 등은 안정성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월 수원과 안양 버스 차고지의 전기버스 화재는 모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서 발화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전기차 전환을 서둘렀던 중국에서는 이미 2016년부터 전기버스 전체에 LFP 배터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발표하기도 헀다. 이는 승용차나 트럭보다 승객의 안전이 중요한 버스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이 발표를 기반으로 2021년부터 LFP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재 중국 전체 전기차의 절반 이상에 LFP 배터리가 탑재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LFP 배터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미국 전기차 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재활용 문제에서도 저평가를 받고 있지만, 배터리 자체 잔존 수명(SOH)이 NCM 배터리의 2배 가까이 길어 배터리 재사용의 효율성이 크다. 배터리 잔존 수명을 통해 사용 후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동 모터, 전동 오토바이 등에 들어가는 부품으로도 부가가치가 높다. 또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 전기차에도 LFP 배터리가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내연기관차 수준까지 늘리기 위해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데 집중해 왔다"며 "그래서 채택한 니켈, 코발트 망간(NCM)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아 에너지 밀도가 높은 대신에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특성을 보여 관리의 필요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LFP 배터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의 독주 체제에서 중국보다 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능을 높인 LFP 배터리 개발을 통해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첨언했다.

구체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국내 최초로 르노와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 말부터 폴란드 공장에서 LFP 배터리를 양산한다. 삼성SDI는 2026년 에너지저장장치용(ESS) LFP 배터리를 양산하고 전기차용 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SK온도 LFP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현대차 역시 경기도 남양연구소에 LFP 배터리 생산라인 신설을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