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찢어진 광복, 친일·매국·밀정 논란, 좌우대립, 국론분열."
해방 직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1910년 경술국치 이후 100년 그리고 14년이 지난 2024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필자의 이번 광복절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비참하고 통탄스러웠으며, 치욕스러움에 눈물을 흘렸다.
일본에 나라를 침탈 당한 뒤 여섯 형제들과 함께 가산을 처분하고 삭풍이 부는 만주로 망명, 이후 항일무장투쟁사에 길이 빛날 봉오동대첩, 청산리대첩의 뿌리가 되는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우당 이회영(友堂 李會榮)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 회장의 울분과 작금의 상황은 미래 세대에 어떤 메시지를 줄 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을 '정치 지형'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시민 의식'속에서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념 논쟁'을 넘어선 '역사 투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소위 '건국절', '국부 논쟁'을 비롯해 '정체성론', '타율성론', '식민사관' 등이 21세기 다시 뜨겁게 논쟁되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하며, 더 늦기 전에 마무리해야 할 때다.
그 시작은 바로 20세기 중반에 체결된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조약, 그 중 단 하나의 조항에서 모든 매듭을 풀어야 한다.
바로 1965년 6월22일, 한일 국교정상화 때 체결한 '한일기본조약 제2조'이다.
일반적으로 '한일기본조약(韓日基本條約)' 또는 '한일협정'으로 불리는 이 조약의 한국 공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이며, 일본에서는 '日本国と大韓民国との間の基本関係に関する条約' 그리고 영문으로는 'Treaty on Basic Relations between Japan and the Republic of Korea'이다.
이 조약이 양국의 언어로 병기돼 있지만 부칙에서는 '양국의 해석이 다를 경우 영문본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해석을 명확하기 하기 위해 영문본으로도 제작돼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해당 조약은 사실상 이승만 정부때 부터 꾸준히 준비돼 왔으며, 한국전쟁 중에도 긴박하게 진행했고 이후 박정희 정부때 공식 조약 체결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조약 체결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굴욕적 조약'이라며 일어난 초유의 국민적 저항은 주지의 사실이다.
양국은 기본조약 7개 조문을 바탕으로 외교 · 영사관계, 1910년 및 그 이전에 양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협정 무효, 대한민국정부가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 인정, 청구권 ·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어업 관련 협정, 재일교포의 법적지위와 대우에 관한 협정, 문화재 ·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등 총 7개 조문을 통해 조약이 체결됐다.
여기에서 우리는 '제2조'를 주목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본 관련 논란 중인 모든 문제를 단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해당 조항은 이렇다.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
단 한 문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 못하고 있는 난제 같은 문장이다. 그 중 '이미 무효'에 대한 양국간 해석이 현재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일본과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한국은 1910년을 기준으로 일본과 맺은 모든 조약에 대해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고, 일본은 한일기본조약이 1965년 체결이 된 시점에서 1945년 패전을 기준으로 '이제는 무효'라는 의미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 다른 해석 때문에 결국 식민지배 극복은 현재까지 미해결 과제가 됐다.
단어 하나를 두고 양국간 100년 논쟁 서막이 오른 셈이다. 한국은 일제 35년이 국가 소멸이 아닌 주권 일부 제한이 된 '불법 지배'라는 것이며, 일본은 35년 기간은 법적으로 문제 없으며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정부 수립이 되기 때문에 '신생국 탄생'으로 본 것이다.
이후 한국은 헌법과 대법원 등의 판결을 통해 일본의 불법 지배를 법적으로 적시했으며, 일본은 반대로 한국의 식민지배는 정당했다는 인식이 자리 잡히게 된 것이다. 즉, 일본 패전에 따른 신생 독립국 대한민국에 최소한 격식만 갖춰줬다는 의미다.
양국 조약 해석 상이에 대한 부분은 영문에 따르도록 되어 있으니 그 부분도 살펴보자.
"It is confirmed that all treaties or agreements concluded between the Empire of Korea and the Empire of Japan on or before August 22, 1910 are already null and void."
여기에서 '이미 무효'에 대한 핵심 단어는 'already null and void'인데, 이를 직역하면 '체결 당시부터 무효'로 국제법이나 언어학적 관점에서 'void ab initio'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제법에서는 조약이 본질적으로 불법적이거나 적법한 절차 없이 체결된 경우, 또는 중대한 강제나 사기 등의 이유로 인해 'void ab initio'로 간주될 수 있고 'Already null and void'는 이러한 상태가 이미 발생했음을 명확히 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바로 일본의 '해석 의도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항일무장투쟁, 강제 징용, 독도, 역사 인식, 건국절 등의 모든 문제의 단초인 '한일기본조약 제2조'에 대한 국제적인 법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 간 분쟁을 조정하고 법적 해결을 제공함으로써 국제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탄생됐다.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양국간의 새로운 협의체 구성이 선결돼야 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제사법재판소에 해당 사안을 공식 제의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법을 다뤘던 사람으로 현정부와 여당에 쏠린 불편한 문제를 왜곡 없이 해결할 수 있으며, 야당 또한 이 문제를 공론화 해야 사분오열된 작금의 대한민국을 다시 강하게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하루 뒤, 8월22일은 경술국치(庚戌國恥)를 알린 '한일합병조약'이 매국노 이완용에 의해 불법적으로 조인된지 114년이 되는 날이다. 다가올 100년을 위해 지난 100년 전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이종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