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그야말로 '스포츠 중계' 전성시대다. 최근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차별화 전략으로 스포츠 콘텐츠를 내세우면서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시장에도 그 여파가 미치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SBS골프와 협업해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 클래식 2024' 대회를 삼성 TV 플러스 라이브 채널(822번)에서 생중계한다.
국내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채널에서 처음으로 생중계하는 스포츠 경기다.
FAST란 디지털 플랫폼에서 광고(AD)를 보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실시간 채널 서비스를 말한다. 삼성전자의 '삼성 TV 플러스'와 LG전자(066570)의 'LG채널'이 대표적인 국내 FAST 플랫폼이다.
올해 론칭 10년차를 맞이한 삼성 TV 플러스는 현재 전 세계 24개국에서 약 2500여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는 130여개 채널을 서비스한다.
무엇보다 FAST는 별도의 가입과 구독료가 없다는 점에서 OTT와 차별화된다. 최근 OTT 플랫폼은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이용자들의 구독료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무료인 FAST가 대안으로 떠오르며 소비자 관심도 덩달아 분산되는 분위기다.
또 TV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냉장고 등 삼성 기기에 인터넷을 연결하면 누구나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삼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간 글로벌 누적 시청 시간은 약 50억 시간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TV 플러스를 통해 국내 FAST 채널 최초로 스포츠 경기 생중계를 선보인다"며 "골프뿐 아니라 야구, 축구,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삼성 TV 플러스의 콘텐츠 포트폴리오 확장은 침체된 TV시장 속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TV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를 통해 연결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초 삼성 TV 플러스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3월 TV 신제품 론칭 기념행사에서 올해 △영 제너레이션(Young Generation)을 위한 콘텐츠 포트폴리오 확대 △VOD 시청 경험 강화 △지속적 업데이트를 통한 사용자 경험 개선 등 세 가지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
당시 김용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프로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가진 세대의 관심사에 대응하기 위해 스포츠, 음악, 글로벌 IP(지식재산권)의 단독 콘텐츠 등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라며 "연내에는 국내 최초로 코난 오브라이언 쇼도 론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콘텐츠는 한 해 동안 긴 시즌을 소화하는 경기 특성상 한번 진입한 플랫폼에 장기간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용자 수 확보에 효과적이다. 또 영화·드라마 등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삼성이 이번에 국내 FAST 첫 주자로 '스포츠 생중계'에 나서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더욱이 FAST는 향후 사업 전망도 밝은 편이다. TV가전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 목표 고객에 대한 '타깃(Target) 광고'가 가능해 광고주들의 호응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KB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FAST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어난 1조8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7년에는 4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OTT 시장이 앞서 스포츠 콘텐츠를 선점한 만큼 시장 분위기가 뒤바뀔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토종 OTT 대표주자인 쿠팡플레이와 티빙은 스포츠 중계 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 1위 넷플릭스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티빙이 올 초 한국프로야구(KBO) 모바일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이후 4개월 연속 토종 OTT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토종 OTT 선두주자는 티빙으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756만명을 기록했다. 이어 쿠팡플레이(611만명), 웨이브(439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쿠팡플레이 역시 K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중계권을 비롯해 '쿠팡플레이 시리즈' 등을 이어가며 스포츠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또 웨이브는 최근 국내 OTT 중 단독으로 2024 파리올림픽을 중계한 결과, 메달을 딴 선수들과 선수들이 과거에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검색량과 시청 시간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디어 시장 판도가 스포츠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인터넷TV(IPTV) 업체들 역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스포츠 관련 요금제와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FAST 시장 규모는 2019년 2억달러에서 2022년 44억달러로 20배 가량 성장했다. 오는 2027년에는 12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