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티메프(티몬·위메프)가 속한 싱가포르 큐텐그룹의 핵심 계열사 큐익스프레스가 새주인을 찾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 구영배 대표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계획했던 그룹 핵심 계열사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큐익스프레스 FI들은 보유한 교환사채(EB)와 전환사채(CB) 등을 대거 보통주로 바꿔 경영권을 큐텐그룹에서 인수하고, 회사 정상화 계획을 본격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 등 큐익스프레스의 재무투자자(FI)가 대거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면서 구영배 대표와 큐텐그룹 측의 지배 지분은 희석돼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전망이다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에 있는 글로벌 물류 업체로, 각종 물품을 국제 수송하는 B2B(기업대상) 서비스가 주업이다. 직원 1000명 안팎의 규모로, 대다수의 인력은 싱가포르·일본·한국에 있다.
구 대표는 이 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대거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FI들이 보유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경우 큐익스프레스 지분구조는 대대적으로 변경될 전망이다. 현재 큐익스프레스 지분은 큐텐과 구 대표 지분이 각각 65.9%와 29.4%이다. FI들이 EB와 CB를 경영 참여가 가능한 보통주로 전환하면 약 70%의 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큐익스프레스의 대주주였던 구 대표와 큐텐은 소수 주주로 전락하고 FI들이 큐익스프레스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큐익스프레스가 큐텐그룹에서 독립을 추진하는 건 이러한 과정에서 가능한 얘기다.
실제 FI들은 이달 말 큐익스프레스 주식 전환을 완료하고 새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나스닥 상장 추진을 중단하기로 하고 사명 변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익스프레스는 SI가 확정되면 회사 사명(브랜드)을 바꾸는 안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그룹의 자취를 완전히 지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큐익스프레스는 구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후임으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명하기도 했다. 큐익스프레스의 물동량 90%는 해외 물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부 고객사의 비중이 대부분인 물류 플랫폼(기반 서비스)인 만큼, 큐텐그룹을 떠나서도 독자 경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큐익스프레스는 지난 1일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전무)을 감사에서 해임했다. 이 전무는 큐익스프레스 외에도 큐텐코리아와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감사를 맡으며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계열사 간의 자금이동 등 그룹사 전반의 재무 업무를 총괄할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큐익스프레스가 '티메프 사태' 이후 구 대표를 비롯한 큐텐 관련 핵심 인물들을 이사회에서 배제하고, 큐텐 흔적을 지우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큐익스프레스가 독립하면 큐텐그룹의 와해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자회사인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는 그룹의 자구안 마련과 별개로 개별 투자 유치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큐익스프레스의 분리는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애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회사가 그룹을 이탈하는 만큼 도의적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어서다.
한편, 큐익스프레스 FI로는 국내 사모펀드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와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 외국계 펀드인 코스톤아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