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경기 침체 공포가 완화되면서 증시 폭락 원인으로 지목된 '엔 캐리 트레이드' 우려가 다소 진정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 2440선 까지 무너졌던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27p(0.83%) 오른 2696.63에 마감했다.
이날 새벽 장을 마친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주요 지수는 오름세를 보였다. 19일(현지시각) 다우존스30 산업 평균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6.77p 오른 4만896.53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와 나스닥 지수 역시 54.0p, 245.05p 상승했다.
지난 5일 글로벌 증시 폭락이후 뉴욕증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R(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를 씻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8·5 쇼크'의 가장 큰 원인인 엔 캐리 트레이드 공포 심리가 다소 완화됐다는 시각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달러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이 투자 전략은 지난 3월까지 8년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 온 일본과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 온 미국 간의 금리차이로 인해 활발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일본은행(BOJ)이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면서 엔화는 급격한 강세를 보였다. 이에 미·일간 금리 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은 서둘러 빌린 엔화를 갚기(청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물량 청산은 대규모 자금이 유출돼 시장의 변동성을 높인다. 엔화가치 상승으로 엔화에 투자한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해외 자산을 되파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과매도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역사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증시 폭락을 유발했다. 1998년과 2007년, 코로나19 시기까지 총 3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진행됐다. 당시 코스피 고점 대비 낙폭을 보면 1998년 38.9%, 2008년 58.7%, 2020년 35.7% 등으로 이번 글로벌 증시 낙폭인 15.6%보다 훨씬 더 컸다.
현재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규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50% 이상 청산됐다고 예상하고 있다.
JP모건 퀸트팀은 75%를 예상했으며 △JP모건체이스 외환전략팀 50~60% △UBS 50% △스코샤뱅크 50% 청산 등을 제시했다. 또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발표하는 비상업 부문의 엔 매도 포지션은 50~60% 청산을 점쳤다.
절반 가량 청산됐다는 관측 속, 국내 전문가 역시 이번 증시 조정이 큰 고비를 넘겼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효섭 자본시장 연구원은 "현재 일본 내 금리가 안정적이고 일본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당분간 엔 캐리 청산이 큰 충격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청산이 진행될수록 잠재 물량은 줄어들 것이고, 시장 변동성을 자극하는 힘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경제지표 결과와 시장 해석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코스피의 등락은 반복될 수밖에 없지만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은 여전히 잔존해 주시되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빠지지 않고 각종 지표들이 잘 나오지 않으면 엔 캐리 청산이 일어날 수 있다"며 "다만 물량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