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심화하는 가운데, 대외비였던 일명 '배터리 실명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정부도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선제적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정부가 자발적 공개를 권고하면서 배터리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내달 초 배터리 실명제를 포함한 전기차 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배터리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실명제가 도입되면 국내 배터리업계가 수혜를 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가 저렴한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지만, 보다 안전성이 담보된 국산 배터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천 청라 화재 사고 차량에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드러났고, 충남 금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에선 SK온 배터리가 탑재됐는데 비교적 피해가 적어 국산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기차 자체에 대한 신뢰도다. 지금처럼 전기차 포비아가 무분별하게 확산할 경우, 배터리 실명제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배터리 실명제 추진을 비롯해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기술 고도화와 근본적인 전기차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전기차 포비아 심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화재는 언제든 날 수 있고, 그 화재를 어떻게 끄느냐가 중요하다"며 "전기차는 전 세계적으로 가는 방향이고, 우리 산업 경쟁력과 연관되는데 (이번 화재가)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실명제로 가면서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배터리도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으로 추가하는 방법까지 고려해 봐야 한다"며 "물론 이런 방식으로 가기 위해선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공급사를 더욱 다양화해야 하고 원가 상승 부담도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을 막기 위해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