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비사업 분위기가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다수 건설사들이 이전과 다르게 수주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강남 알짜 입지' 사업지조차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철근·콘크리트 등 자재비 및 인건비 폭등으로 정비사업 이익률이 크게 줄었다는 게 건설사 입장이다. 더군다나 중동 지역의 불안한 정세가 잇달아 날아드는 악재까지 겹쳐 운송비에 영향을 끼치는 유가도 불안정한 상황.
여기에 나날이 높아진 분양가 탓인지 신축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 반응은 심상치 않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있어 일반 분양은 '사업 성패'에 좌우한다는 점에서 '미분양' 직격탄을 맞은 지방 사업의 경우 시공사 선정이 아닌, 시공사 유치에 집중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서울 알짜배기 대규모 사업지 입찰들이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이런 대표 사업지가 공사비 규모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한남5 재개발 사업'이다. 당초 현장 설명회에는 상징성 좋은 입지에 관심을 표한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10개 업체가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지난달 1차 입찰 결과, DL이앤씨만 입찰해 자동 유찰됐다.
공사비 규모가 약 1조7000억원 상당 '신길2 재개발 사업' 입찰 역시 건설사들이 응찰하지 않아 업계 시선이 집중된 바 있다.
이런 정비 사업 분위기는 지방 역시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참담한 실정이다.
'부산 괴정5 재개발 사업'은 3차례에 걸쳐 입찰을 진행했지만, 대우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만이 입찰에 참여하며 3번 모두 유찰됐다. 특히 마지막 3차 입찰에서는 의례적으로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현장설명회조차 건설사 1곳만이 참석해 유찰되기도 했다.
다행히 해당 조합원들은 현재 불경기를 감안 '건설사를 선정할 수 있다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3차례 입찰 과정에 의사를 표명한 건설사들에게 수의 계약 의향을 물어본다는 소식이다.
1차 입찰 마감을 앞둔 부산 연산5 재건축사업 역시 '서울 강남도 아닌 지방'이라는 한계에 벗어나지 못한 만큼 유찰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부산 재건축 사업장 조합원은 "부동산 경기가 죽어 지방 광역시는 이제 더 이상 경쟁 입찰은 불가능하다"라며 "지속되는 유찰에 수의계약 의지를 보이는 건설사가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정비사업 조합들이 꺼내든 카드가 컨소시엄 구성 허용 등 건설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입찰 요건 완화'다.
서울 '방화3구역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입찰 참여 요건에서 컨소시엄을 허용했다. 이후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결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호반건설 △진흥기업 △금호건설이 참여했다. 이에 해당 조합은 이달 26일까지 입찰 의향서를 받은 이후 9월10일 재입찰을 마감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미아9-2구역 재건축' 조합 역시 컨소시엄 입찰 참여를 허용,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참여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시공사들은 정비 사업을 컨소시엄 방식으로 수주할 경우 수주 경쟁을 피할 수 있어 영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를 통해 조합과 시공사가 서로 '윈-윈'하는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건설사들은 강남도 여차하면 발을 빼겠다는 방침"이라며 "특히 리스크가 큰 대형 사업지에서 무리하게 경쟁 수주할 이유는 전혀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지방의 경우 건설사를 찾기 위해서는 사업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되며, 이를 조합이 인지하지 못하면 결국 조합원 손해만 늘어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