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고로 금융당국에서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추진 중인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에 속도가 붙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3년9개월 동안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들이 전·현직 대표로 있거나 대주주로 등재된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 23차례 걸쳐 454억원을 대출했다.
이 중 350억원은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대출 서류 진위 여부 확인 누락, 담보·보증 평가 부적정, 대출금의 용도 외 유용 사실 등이 드러났다. 해당 대출들은 허위로 조작된 문서를 바탕으로 실행되거나 담보 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근거로 실행됐다.
부당대출은 곧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다. 금감원 검사 결과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전체건 중 19건(잔액 269억원)에서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이다.
금융사고는 우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행연합회 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130건으로 집계됐다. 그 중 횡령사고와 배임사고는 각각 32번, 7번 발생했다.
금융사고는 △2021년 48건 △2022년 39건 △2023년 36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사고 규모는 증가했다. 사고액이 1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된 대형 금융사고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2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만 3건이 발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추진 중인 은행권의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명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서 금융당국에서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만큼 지주사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은행권이 책무구조도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에서 책무구조도를 먼저 제출하라는 상황에 타이밍을 보고 있던 은행권들이 이번 금융 사고로 신중을 기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책무구조도 도입보다는 내부 문화 등 본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금융사고는 수직적이고 단기실적만 쫓는 조직문화와 책임 돌리기 식의 회피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어 "책무구조도 도입도 좋은 방법이지만 본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금융 사고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은행권은 물론 금융당국까지 지난 과오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