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챗 GPT시대 컨택센터 휴먼상담의 역할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고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컨택센터 구성원들에게 제언하는 12가지 주제를 1년간 고정 칼럼으로 게재한다.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통화 없이 몇줄의 문자메세지로 소통을 갈음하는 일이 많아졌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글로 소통을 많이 한다. 사무실에서 얼굴 보고 업무하던 풍경이 드물어졌고 재택근무 하는 직원과 모니터보며 메신저로 대화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고객도 전화보다 게시판 댓글로 질문하고 채팅으로 문의한다. 이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맞장구를 치며 상담하기보다 모니터에 뜬 고객상담이력을 보고 KMS (Knowledge Management System) 상담지식을 검색하며 상담한다.
고객 상담 이력뿐만 아니라 고객의 이전 검색 이력, 그간의 거래 이력까지 읽어야 하고, 다음 상담을 위해 고객과의 상담 내용을 간추려서 전산에 메모해야 한다. 왜냐하면 고객도 긴말 않고 군말 없이 예전 상담 이력을 파악하여 알아서 처리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는 글을 잘 읽고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한다. OECD 2030 Learning Compass에서는 성인필수 기본 역량으로 △문해력 △수리력 △문제해결력 등을 꼽았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미래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기여하기 위해 문해력은 성인의 기본 역량이라는 거다.
문해력이란 다양한 맥락에서 텍스트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이다. 이는 단순한 읽기 능력을 뛰어넘어 정보를 해석하고, 평가하며, 다양한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런 능력은 일상적으로 알림 문자의 요지를 파악하거나 전자기기의 매뉴얼을 읽을 때도 필요하고 신문기사나 고객약관에 무리한게 없는지 알아내는 데도 필요하다.
문해력은 복잡한 문서의 핵심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사실과 의견을 분별하여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문해력의 개념 안에는 사실적 문해뿐만 아니라 추론적 문해와 비판적 문해에 더하여 창의적 문해력까지 포함한다. 고객의 문의내용을 있는 그대로 읽는 것을 넘어 맥락을 추론하고 추가로 확인해야 할 것을 찾아내며, 감정과 의도까지 상상해내야 한다.
고객이 채팅창에 "어제 왜 전화 안 주셨어요?" 라고 질문했는데 "정확한 상담을 위해 회원번호를 알려주세요"라고 답변을 보내면 사람이 아니라 챗봇이라고 오해받는다.
그간의 이력과 고객의 감정을 헤아려 "기다리셨겠네요, 지금이라도 빨리 확인해드리고 싶은데 회원번호 알 수 있을까요?"라고 답해야 한다.
글을 잘 읽는 것은 시력만으로는 안된다. 사고력이 필요하다. 글은 눈으로 읽는 것 같지만 사실은 뇌로 읽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눈은 글자를 따라가는데 글이 전혀 읽히지 않는 경험을 해봤을거다. 그건 뇌가 다른 생각에 빠져 있어서 그렇다. 읽는 것은 눈이 아니라 뇌다.
뇌의 사고력이 손의 타자실력보다 우선한다.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은 씨앗을 키우는 것과 같다. 들판이 기름지고 비옥해도 물과 햇빛이 없으면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사고력 또한 꾸준한 돌봄이 필요하다. 바이올린을 운으로 배울 수 없는 것처럼 사고력도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다. 자전거를 배우는 신체활동에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듯이 정신활동도 체득할때까지 감각을 익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고력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관점에 노출되어야 개발된다. 다행히 휴먼상담사는 새로운 관점과 환경에 살고 있는 고객을 하루에도 100명 이상 만난다.
고객입장에서 어떻게 느껴질지 생각하는게 일이고, 고객 요구에서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재고하는 것이 업무이다. 매 상담이 연습문제고 매 순간이 훈련 기회다.
컴퓨터 과학의 선구자인 앨런 케이(Alan Kay)는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 IQ 80을 추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휴먼상담사가 고객의 관점을 입고 고객입장에서 상담하는 것은 IQ 80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다. 보이는 것을 잘 보는 기술은 기계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까지 헤아려 읽어내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정답이 없는 상황이지만 최적의 해답이라도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보여줄 수는 없지만 진심이 통하는 답글을 쓰려고 애쓸 때 휴먼상담사의 사고력과 문해력은 높아진다.
그리하여 궁극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전체를 추론해낼 수 있게 된다. 바로 관찰을 넘어선 통찰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망원경에 버금 갈 전망을 내놓는 것은 물론 내시경에 가까운 심연까지 헤아리는 휴먼상담사가 필요하다. 기계는 못하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휴먼상담사 말이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