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남북으로 긴 지형을 가진 효고현은 북쪽으로 동해(일본해), 남쪽은 세토내해에 접해 있다. 혼슈에서 두 바다와 맞닿은 현은 '동쪽 끝' 아오모리와 '서쪽 끝' 야마구치를 빼면 효고현이 유일하다. 또 일본 열도 거의 중앙에 위치하며, 일본 표준시 자오선(동경 135도)이 현 남북을 통과한다. 해당 자오선 상에 일본 최초 천문관 '아카시(明石)시립 천문과학관'이 있다.
효고현을 흔히 '일본의 축소판'이라고 부른다. 세토내해 연안 '중화학공업 집적지', 농수산업과 임업이 발달한 '중북부 지역', 눈이 많이 내리는 '호설 지대'와 인구 과소지역 등이 고루 분포됐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현 단위 산업활동 지수'가 전국 평균이라는 분석이다.
효고현은 면적 8400㎢에 주민 534만명이 거주한다. 전국 도도부현 순위 각각 12위와 7위에 해당하며, 지방 블록으로는 긴키(近畿) 지방에 속한다. 긴키는 '수도(畿)와 주변(近)'이라는 의미로, 과거 수도가 있던 오사카·나라·교토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는 교토시·오사카시와 함께 일본 '제2의 메갈로폴리스(대도시권)'를 형성한다.
효고현 주요 도시로는 △'현의 중추' 고베시(149만명) △'제2의 도시' 히메지시(52만명) △'고시엔구장과 한신타이거즈 거점' 니시노미야시(48만명) △'오사카 접경' 아마가사키시(45만명) △'아카시해협 도시' 아카시시(30만명) △'북부' 도요오카시(7만명)가 있다. 행정구역은 29시 12정(町)으로 구성됐다.
효고현에는 재일동포가 많다. 일본 외무성 통계를 인용한 민단 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총 43만6167명(조선 국적 2만6312명 포함) 가운데 3만8852명이 효고현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사카와 도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고베시 주오(中央)구에는 동포들 영사업무를 지원하는 총영사관이 있다.
효고현은 한국과 민간교류가 활발한 지자체로 꼽힌다. 고베시가 인천광역시 및 대구광역시와 자매도시 등 교류 협약을 체결했으며 △히메지시와 창원시(마산시) △도요오카시와 경주시도 각각 자매도시 관계를 맺고 있다.
한편, 효고현 '국제선 관문'은 오사카부에 소재하는 간사이국제공항이다. 인천과 부산 등지 여러 항공사에서 매일 직항편을 띄우고 있다.
공항에서 중심부까지 대중교통은 공항버스와 철도 외에 고속정(베이셔틀)이 있다. 고속정으로 고베공항에 건너와(30분 소요) 무인 전철 '포트라이너'로 산노미야에 도착하는(18분 소요) 루트를 선택하면 이동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2006년 완공된 고베공항은 포트아일랜드 건너 인공섬에 있는 국내선 전용 공항이다.
◆관광지
#히메지성
1609년 개축 완공된 히메지성은 에도시대 천수가 남아있는 전국 12성 중 하나다. 독특한 5겹 6층 천수각 등 8개 동이 '국보', 이외 각종 구조물 74동도 중요 문화재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됐으며, 나고야성·오사카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으로 꼽힌다. 석회를 칠한 백색 벽에서 '백로성'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고베 포트 뮤지엄 '아토아(atoa)'
생물과 디지털 아트를 융합하는 새로운 감각으로 2021년 9월 오픈한 도시형 수족관이다. 다양한 어류를 중심으로 무척추동물·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 등 100종 3000여개체가 60개 수조에 전시됐다. 현란한 내부 공간과 환상적 조명이 관람에 즐거움을 더한다.
#아카시해협대교 크루즈
19세기 증기 범선을 복원한 '간린마루(384톤, 400명 정원)'로 즐기는 75분간 해협 크루즈. 해당 대교는 혼슈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3개 다리 중 하나로 고베시와 아와지섬 사이에 놓여있다. 육지 포함 총연장 3911m 가운데 중앙부 1911m 구간이 대교다. 주말과 공휴일(일본)에만 운항하며, 아와지시 이와야 항구가 출·도착지다.
#고베 포트 타워와 해양박물관
'고베항 랜드마크' 고베 포트 타워가 지난 4월 리뉴얼 오픈하며, 108m 옥상에 새로운 전망대를 설치했다. 1963년 11월 준공 당시 일본 장구를 형상화한 파이프 구조물과 투광기를 사용한 야간 조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근처 녹지에 조성된 해양박물관에는 범선·객선·화물선·전함·항공모함 등 각종 선박 모형이 전시됐다.
◆향토요리
#사바즈시(고등어 초밥)
소금간이 적당히 밴 고등어를 식초에 재워 재료로 사용한 생선 초밥이다. 고등어 어장이 있는 서일본지역 대표 향토 요리다.
냉장 시설이 발달한 요즘도 전통에 따라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고수한다. 선물이나 도시락용은 한 마리나 반쪽이 통째로 포장된 상품이 많다.
#가쓰메시
밥이 담긴 큰 접시에 돈가스처럼 튀긴 '비프가스'를 올리는 요리.
채 친 양배추가 세팅되는 돈가스와 달리 가쓰메시는 데친 양배추가 나온다. 현 남쪽 가코가와시 향토 요리로, 쇠고기 이외 치킨 또는 새우를 사용하는 점포도 있다.
#고베 비프스테이크
철판에서 즉석 조리되는 쇠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스테이크 소스와 함께 먹는 요리다.
쇠고기 원산지는 현 북부 '다지마(但馬)'이지만, 1859년 요코하마가 개항되며 그곳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해 육우를 공급한 곳이 고베항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해당 비프스테이크는 유럽 등 해외에서도 지명도가 높다.
#미소다레 교자(된장소스 군만두)
군만두 소스는 초간장에 라유를 첨가해 새콤한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베시에서는 된장에 설탕·간장·소주·라유·마늘 간장·식초를 혼합한 소스를 사용한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만주에서 살던 일본인들이 향수를 달래며 먹던 맛이라고 전해진다. 구수하면서도 매콤달콤한 소스가 만두소와 잘 어울린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