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리저리 움직이는 기계음 소리가 매장 내 물류창고를 가득 메웠다. 이케아 코리아가 도입한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의 로봇들이 내는 소리였다.
이케아 코리아가 오는 9월부터 매장 내 자동화 시스템을 강화해 옴니채널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고 12일 밝혔다.
이케아 코리아 기흥점은 약 169억원을 투자해 1000㎡(약 400평) 규모의 자동화 물류창고 및 포장 시스템 시설을 구축했다. 이로써 주방용품, 패브릭, 소품 등 약 4000개의 홈퍼니싱 액세서리 제품의 택배 배송을 소화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이케아 코리아의 이커머스 매출 비중은 매장 수와 관계없이 상승했다. 2018년 4%였던 것이 2023년에는 21%를 기록했다. 배송 규모도 2015년 5%였지만, 2023년에는 39%로 증가했다. 이케아는 국내 소비 특성에 따라 온라인 배송이 50%까지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9년에는 온라인 배송이 캐시앤캐리를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기흥점 내부 '자동화 물류창고 시스템'은 무선 제어 로봇이 직접 상자를 들고 운반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로봇들은 마치 SF영화 속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직원이 고객의 주문서대로 상품의 바코드를 찍고 상자에 넣으면, 박스는 엘리베이터처럼 위아래로 이동한다. 이어 로봇들은 상자를 받아 최적화된 위치로 옮긴다.
현재 이케아 기흥점에는 로봇 26대와 6개의 입·출고 포트, 상자 1만3699개가 시험 운영 중이다. 이케아 측은 광명점에도 대형가구를 옮길 수 있도록 자동화 시스템을 연장할 계획이다. 현재 상자의 최대 적재 무게는 30㎏이고, 가로세로 649 x 449㎜의 제한이 있다.
자동화 설비로 인해 인원 감축 및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케아 측에 따르면 "오히려 추가로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 22명을 고용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채용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포장 시스템'은 3D 스캐너가 제품의 형태를 측정해 필요한 만큼만 골판지를 재단해 상자를 만든다. 만들어진 상자에 봉인, 테이핑, 송장 부착까지 모두 로봇의 힘을 빌린다. 재단하고 남은 골판지는 다시 포장 보충재로 쓰일 수 있게 모은다.
포장 시스템은 전 세계 이케아 매장 중 최초로 한국에 도입됐다. 자동화 물류창고 시스템은 이케아 크로아티아와 일본에 이은 세 번째 도입 사례다. 이케아 리테일 사업을 운영하는 잉카그룹은 향후 3년간 한국에 약 3억유로(한화 약 4300억원)를 투자해 온라인 주문 배송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다.
수엣 완 이케아 코리아 컨트리 커스터머 풀필먼트 매니저는 "직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신체 부담을 덜고 포용성 있는 조직 문화를 갖출 것"이라며 "이번 자동화 풀필먼트 도입으로 남성 위주의 물류 시설에서 벗어나 성비 균형도 맞추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케아 기흥점에서 근무 중인 정영란 씨는 "신입 시절에는 제품 하나를 찾기 위해 헤맸지만, 이제는 제품을 정확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된다"며 "포장할 때도 수작업으로 일일이 포장지를 고르고 재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번거로운 과정이 줄어 업무 효율성이 증대됐다"고 전했다.
이케아 코리아는 2030년까지 올해보다 1.5배 더 많은 택배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목표하고 있다. 광명점은 2025~2026년에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고양점은 신규 오픈 예정인 강동점 지원을 위한 창고로 2025년 구축된다.
아울러 기후 변화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케아 코리아는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이고, 로봇 설비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운송 과정에서도 전기차만 활용해 환경개선 의지를 보였다. 기흥점 자동화 풀필먼트 설비와 이어진 외부 공간에는 물류 상하차와 동시에 전기차 충전소가 공사 중이다.
수엣 완 매니저는 "이케아는 지속 가능한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해 더 많은 고객이 행복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어디선가는 비용이 절감돼야 한다. 그 어디가 바로 '자동화 풀필먼트 매장'을 갖추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