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미국 대체거래시스템(ATS) '블루오션'의 주간 거래(데이마켓) 취소 사태 관련 증권사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에 대한 증권사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해외 주간 거래 사태에 대해 "손익 발생 여부는 따져봐야 하나 그럼에도 투자자 개인의 자율적 투자 의사결정이 침해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중개자들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이번 사태 관련 보상을 촉구하는 가운데 이 원장은 "원인 관계를 밝히고 중개사 등의 책임이 있다면 자율적으로 조정해 해결하겠다"고 알렸다.
현재 국내 19개 증권사는 한국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해당하는 미국 주식시장의 정규거래 시간 이외 거래인 주간거래 중개 서비스를 블루오션을 통해서만 제공 중이다.
그런데 국내외 증시가 폭락한 지난 5일 블루오션에서 거래체결시스템이 셧다운됐고, 블루오션은 '한국시간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된 거래는 일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문제는 증권사별로 결제 취소 처리 지연 시간이 달랐다는 점이다. 대부분 증권사의 경우 주문 체결 취소에 따라 순차적으로 주문이 취소 처리돼 주문 접수가 재개됐지만 NH투자증권(005940)·삼성증권(016360)·KB증권 등 일부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정규장이 열린 후에도 거래를 할 수 없었다.
전날 금감원에 발표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취소된 거래금액은 약 6300억원이다. 거래 취소로 투자자 계좌로 환원된 금액 규모며, 손익 금액은 아니다. 취소된 계좌 수는 약 9만개다.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은 증권사에 해외주식 주간거래 시 단일 경로가 아닌, 복수 경로로 진입할 수 있도록 부탁하는 등 관련해 오랜 기간 챙겨왔다"며 "다만 이 건은 워낙 많은 주문이 특정 시기에 몰려 기술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짐작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이 원장은 주간거래 사태 외에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자산운용업계 불공정 거래 △좀비기업 퇴출 △두산 지배구조 개편 등 대기업 계열사 합병 등 현안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금투세에 관련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할 경우에는 20%의 세율을 부담하는데 펀드에 담아서 투자할 경우에는 사실상 50% 내외의 세율을 부담하는 구조"라며 "개인이 시장 리스크에 직접 노출되기보다, 전문가들을 믿고 장기 간접 투자를 하자는 대세적인 흐름에 과연 맞는 것인지도 문제제기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정무위원회(정무위)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질타 받은 자산운용업계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받아 현황을 파악 중으로, 현장 점검은 해야할 것 같고 검사는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응대했다.
앞서 강 의원은 "삼성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를 삼성생명(032830)이 사들이고 있다"며 "삼성자산운용 대표 금리 ETF인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와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에 유동성 공급자 물량을 제외하고 삼성금융 계열사에서 출자한 금액이 1조5000억원이 넘는다"고 지적하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혹여 문제 제기한 불공정 거래가가 있다면 그런 것들을 좀 걷어내야 오히려 성장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다만 통계적으로 계열사 간 거래는 전체 ETF 시장 규모 대비 적어 너무 걱정스럽게 바라봐 주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좀기기업 퇴출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 거래소 시장 제도 개편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업계 이야기를 안 듣는 방식보다 시간을 갖고 하반기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두산 지배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경영 신고서를 제출 받았으며, 최초 증권신고 제출 시 구조개편의 효과, 의사결정 과정, 그로 인한 위험, 주주권 행사 여부 등 다양한 의사결정 필요 정보가 충분히 기재됐는지 서두르지 않고 보겠다"며 "조금이라도 부족함 있으면 횟수 제한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하겠다"고 피력했다.
이 원장은 상장 기업 대주주를 향한 간곡한 부탁도 전했다. 그는 "밸류업 자율공시 관련에 같이 참여해 달라"며 "또 대주주 레벨에서 주주 소통을 원활히 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