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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정피아" 보험연수원장에 하태경 내정 논란

2015년 '코레일 자회사 낙하산 인사 비판' 재조명…3연속 '보험 무관' 정치권 인사 부임

김정후 기자 기자  2024.08.07 16: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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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업무 이해도가 전혀 없는 외부 낙하산 출신 인사가 임원을 맡으면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하태경 국민의힘 전 의원이 보험연수원장에 내정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하 전 의원이 직접 낙하산 인사에 비판을 가했던 사실도 알려지며 '내로남불' 논란도 더해지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석인 보험연수원장 자리에 하태경 전 의원이 단독 추천을 받았다. 보험연수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하 전 의원을) 보험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교육기관인 보험연수원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 전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미래 경쟁력을 갖춘 보험연수원을 만들겠다"며 "여전히 부족하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기여할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하 전 의원이 보험은 물론 금융과도 전혀 관계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 전 의원은 지난 1991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부산대 대학원에서 통번역전문과정을 수료했으며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통상협력학 석사 학위를, 중국 지린대 대학원에서 세계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험과 금융은 물론 교육과도 큰 인연이 없다. 일각에서는 보험연수원이 국내 유일의 보험교육 전문기관이라는 점에서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최근 보험연수원장을 맡은 인물들은 모두 3선 이상의 정치권 인사다. 지난 17대 원장은 정의수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18대 원장은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임됐다. 

이 가운데 민 전 원장의 임기는 지난 1월 만료됐으나 별 다른 이유 없이 약 7개월간 후임 인선을 미뤄왔다. 이에 총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또 다시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연수원이 거물급 정치인이 필요한 자리인지 의문이 든다"며 "정치권 인사를 심으려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 전 의원이 보험이나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 않나"며 "세번 연속으로 보험 분야와 관계없는 정치인이 원장으로 부임하는 것을 좋게 보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하 전 의원이 지난 2015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낙하산 출신 인사'를 비판했던 점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자신의 말을 뒤집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하 전 의원은 "관련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외부 낙하산 출신 인사가 임원을 맡으면 회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회사 사규나 지침에 내부출신 임원을 반드시 선발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승진과 발전이 없다면 누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과 기관을 위해 헌신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 전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코레일 자회사로, 그는 "5개 코레일 자회사 설립 이후 전체 임원 203명 중 187명이 외부 출신이었고, 내부 승진인사는 16명으로 7.8%에 불과했다"며 통계 자료까지 동원해 비판을 가했다.

정치권마저 이번 인사를 곱게 보지 않는 눈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금융권 정피아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며 "하 전 의원뿐 아니라 지난달에는 차순오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이 수출입은행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한국거래소 산하 정보기술(IT) 전문기관인 코스콤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논란에도 하 전 의원은 다시 한번 보험연수원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6년 알파고가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AI)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틈틈이 공부를 했고 이번 총선 불출마 이후엔 좀 더 집중적으로 AI를 연구했다"며 "보험연수원을 AI시대를 선도하는 교육기관으로 키우겠다는 것도 그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비전"이라고 했다.

보험연수원과 하 전 의원의 전공 간에 연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에둘러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