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해 유사 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의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의 경우 최근 안전·미관 등 이유로 지상주차장을 만들지 않고 있어 차별화된 예방책으로 현재 상황을 극복하려는 분위기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6시15분께 인천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 원인은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배터리'다. 고온 유지와 함께 불길이 지속되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사실 전기차 화재시 내연기관 차량보다 진압이 훨씬 까다로운 편이다. 특히 전기차에 장착된 리튬배터리의 경우 소화기 분말이 내부에 미치지 않아 냉각 효과도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은 주차 차량으로 공간이 협소하고, 환기나 가시도가 좋지 않아 화재시 진압 장비는 물론, 소방대원 내부 진입도 어렵다"라며 "즉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화재시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는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전기차 전용 주차장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실제 최근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 주차장이 생길 정도로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 설계 분위기를 보면, 지하 이외 주차 공간은 놀이터나 커뮤니티 공간 등을 포기하고 그 공간에 지상 주차장을 만들 수밖에 없다"라며 "최근 전기차 보급률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지하주차장에 전기차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는 물론, 국내 자동차 시장 역시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보급률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년(38만9855대) 대비 39.5% 늘어난 54만3900대다. 누적 등록 대수도 2020년(13만4962대) '10만대'를 돌파한 후 매년 10만대 수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보급률이 크게 상승하고 있지만, 사고 이후 거론되는 '전기차 전용' 지상주차장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특히 향후 2~3년 이내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대부분이 보행자 안전 및 미관 등 이유로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사고는 공간적 문제(주차장)보단 진압 여부가 쟁점"이라며 "결국 시공사 등 건설업계가 입주민 불안감과 사회적 경각심 해소를 위해 기술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건설사들 역시 전기차 화재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DL이앤씨(375500)의 경우 지난 4월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업계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은 화재 발생시 차량 위치로 장비를 이동한 후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고 진화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과 달리 전기차 하부 천공 후 배터리팩에 직접 물을 분사해 화재를 진압하는 차별화된 방식을 꾀한 것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탱크테크가 개발한 드릴렌스 기술을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라며 "배터리 종류에 관계없이 10분이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성능을 입증 받았다"라고 자신했다.
현대건설(000720)은 전기차 특성을 고려한 설계 가이드를 활용해 시공 단지 위주로 충전 공간 블록벽 구획에 내화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또 연소 중인 차량을 빠르게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포'를 충전기가 설치되는 층에 제공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시공과 설치, 운영, 유지·보수 서비스 등 전기차 충전시설 관련 토털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계동사옥에 'EVC 통합관제센터'를 열었다. 아울러 유지관리센터 지역 권역을 세부화해 운영하는 등 EVC 통합관계센터 운영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반도건설의 경우 자동 작동 팬과 파이어커버(질식소화포)를 결합한 방식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진압 설비'를 수년 전부터 도입한 바 있다. 이는 화재 발생시 상단 센서가 연기를 감지해 환기팬이 자동으로 작동해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는다.
한편 인천 아파트 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사고 이후에도 행정안전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의 재난안전대응 매뉴얼이 없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만큼, 업계 공동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