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다.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돼서다.
SAF는 석유가 아닌 동·식물성 바이오 기름이나 합성원유(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원유) 등에서 추출한 친환경 항공유로, 항공업계의 탄소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친환경 석유대체연료의 생산과 사용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기존에는 석유 이외의 원료로 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는데, 개정법이 석유정제업의 범위를 '친환경 정제원료를 혼합한 것'으로 확장해 폐식용유 등을 원료로 석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에 따라 SAF 상용화에도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SAF는 기존 화석 연료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80%가량 줄일 수 있다. 정부와 항공업계가 SAF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내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고, 싱가포르도 2026년부터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SAF를 섞어서 사용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SAF 시장 규모가 지난 2021년 7억4550만달러(약 1조원)에서 오는 2027년 215억달러(약 29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정유업계도 이에 주목하고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6조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에쓰오일(S-OIL, 010950)은 최근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탄소 배출 규제에 따라 SAF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지난 1월 에쓰오일은 바이오 원료를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정유 공정에 투입했고, 국제항공 분야에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 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CORSIA)' 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 최근 국내 업계 중 가장 먼저 SAF 수출에 성공했다.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해 일본 트레이닝 회사 마루베니에 공급했다.
GS칼텍스는 작년 9월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 대한항공 화물기에 SAF를 급유해 3개월간 시범 운항했고,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SAF 생산 설비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SAF가 기존 항공유 대비 생산 단가가 높고, 공급망 투자부터 시작해야 하는 만큼 인센티브, 세액 공제 등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SAF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3분기 중 석유·항공업계 및 전문가, 관계 부처 등과 협의해 'SAF 확산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