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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나선 큐텐 계열사들...구영배 그룹 장악력 상실

인터커머스, 미수금 내용증명 발송...티메프도 "그룹과 별개로 정상화 추진"

추민선 기자 기자  2024.08.05 09: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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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규모 판매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계열사가 모기업 큐텐그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이들 기업이 각자도생을 선택하며 국내 1세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큐텐그룹은 14년 만에 와해 수순을 밟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는 최근 큐텐 측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 등을 돌려받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내용증명은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보낸 문서의 발송일과 내용을 우체국이 증명하는 것으로, 고소·고발이나 민사소송 등 법적 싸움으로 가는 절차로 인식된다.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과 기술개발 계열사 큐텐테크놀러지, 큐브네트워크 등에 물린 자금은 약 650억원대로 알려졌다. 대부분 판매대금 미수금과 대여금이다.

큐텐의 100% 자회사인 인터파크커머스가 모회사를 향해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인터파크커머스가 앞으로 큐텐에서 독립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커머스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이 지난해 3월 지분 교환을 통해 인수한 이커머스 업체다. 인터파크쇼핑과 도서, AK몰 등을 운영 중이다.

앞서 김동식 인터파크커머스 대표는 지난달 7월3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큐텐의 지원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며 "독자적인 매각 작업을 추진해 독립경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위메프, 개별적 매각 추진 

티몬과 위메프도 대형 투자사 등과 개별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기업 큐텐의 지원만 기다리다가는 다 함께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현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의 심문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제부터 티몬은 큐텐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그룹과 별개로 정상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독자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피해복구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2000년대 구 대표와 함께 G마켓을 키운 인물이다. 류 대표는 2000년 초반 인터파크에 입사해 2001년 사내벤처인 인터파크구스닥(G마켓의 전신)에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류 대표가 큐텐그룹과 별개의 티몬을 꾸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사실상 20년 넘게 인연을 쌓아온 구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위메프도 류화현 대표가 개별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구 대표 해결책만 기다려서는 안되겠다 생각해 연락을 돌리고 있다. 독자적 생존을 모색하고 회생절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에서 판매자 이탈 도미노가 현실화하며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자 "각 계열사 대표가 알아서 사태를 수습하라"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그룹 내 기업 3사가 자구책을 모색한 시점도 이와 맞물린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서 구 대표가 언급한 티몬과 위메프 간 합병도 양사 대표와 논의하지 않은 내용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구 대표는 이번 사태 해결방안으로 티몬·위메프 합병 법인 'K-커머스'(가칭)를 제시한 상태다. 큐텐의 티몬·위메프 지분을 100% 감자하고 구 대표의 큐텐 지분 38%를 합병 법인에 백지 신탁한다. 이 경우 합병 법인이 역으로 큐텐의 대주주가 된다. 또, 미정산 셀러 중 10억원 이상 채권 중 일부는 전환사채(CB) 형태로 전환한다. 미정산 셀러를 합병 법인 대주주로 올려 경영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계열사 대표들이 각자도생을 택하면서 구 대표의 계획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너지는 구영배 장악력...큐익스프레스 대표 사임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구 대표의 그룹 장악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구 대표를 대신해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를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큐익스프레스는 CEO 교체를 알리는 공지에서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 티몬글로벌, 티몬 등 다른 회사들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기재하며 이번 사태와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큐텐그룹이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하기 위해 구 대표의 책임을 덜어내려는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고 해석했지만 실제로는 큐익스프레스 재무적 투자자들이 나서 구 대표의 사임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큐텐과 구 대표는 현재 큐익스프레스 지분 95.3%를 보유하고 있으나, 주요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우선주와 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5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 대표의 지분율이 줄어들면 지분을 매각해 사태를 해결하겠단 그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구 대표는 "사재의 대부분은 지분"이라며 지분을 매각하거나 이를 담보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법원, 티몬·위메프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 승인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은 티몬·위메프 대표자 심문을 진행하고 두 회사가 신청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ARS는 회생 절차를 보류하고 회사와 채권자가 변제 방안 등을 협의하는 제도다.

법원은 티몬·위메프와 채권자 간 자율적인 협의를 위해 우선 한 달의 시간을 부여했다. 회생절차 보류 기간은 협의에 따라 최대 3개월까지 연장 가능하다. 최장 3개월 안에 ARS 프로그램을 통해 채무자와 채권자의 구조조정 합의가 이뤄지면 회생신청은 취하된다. 하지만 ARS 프로그램이 불발되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만약 ARS 프로그램이 어그러지고 회생절차 개시신청도 기각되면 티몬과 위메프는 파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승인에 따라 다음 주 채권자협의회가 구성될 전망이다. 채권자와 두 회사는 법원의 지원 아래 협의 기회를 갖는다. 법원은 채권자와 두 회사에 더해 정부와 유관기관까지 참여하는 회생절차협의회를 이달 13일 개최한다.

두 회사가 시간은 벌었지만, 이번 사태는 채권자 구성이 다양한 데다 그 수도 10만명이 넘는 만큼 협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ARS 프로그램 적용에 성공한 회사는 대부분 채무구조가 단순하고 채권자도 적었던 것과 달리 티메프는 금융채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고, 전체 채권자가 많아 자율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ARS 프로그램은 금융기관이 주도할 때 성공 가능성이 큰데 티메프는 채권자가 판매자, 일반 소비자, 결제대행사 등으로 다양하다"며 "금융 채권이 아무리 조정돼도 나머지 상거래 채권자들과 개별적으로 협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가 각자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시장에서 이들의 가치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지가 문제"라며 "또,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야 하는데 티메프가 떨어진 브랜드 가치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