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약품그룹 창업자 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 형제측 손을 들어줬던 한미사이언스(008930)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장 모녀 측으로 돌아서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른바 대주주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이 한미사이언스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재편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지난 29일 대주주연합 3인은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대주주 연합은 이번 임시 주총을 통해 현재 10명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12명으로 확대하고, 사내이사 2명과 기타 비상무이사 1명 등 신규 이사 3명을 선임하는 안건 상정을 요구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형제 측 인사가 5명, 대주주연합 측 인사가 4명이다.
대주주연합의 안건이 통과되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모녀 측 인사가 7명으로 늘어나 과반을 넘어선다. 대주주연합은 이사회 정원을 늘린 후 과반을 확보해 '전문 경영인 선임'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인된다.
이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30일 대주주연합이 추진하는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과 관련해 "나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날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하면서, 현재 3인 연합이 추진하는 경영체제 변경 움직임과 관련해 대표이사인 자신과 형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등과 적절한 논의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 대표는 연합 측이 주장하고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해서도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며 또 다시 상황을 변화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9일 한미사이언스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서도 "최근 다른 대주주들께서 언급하셨던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미 현재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친형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함께 추진 의사를 밝힌 해외투자와 관련, 그는 "관련 진행 상황은 아직 확답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주주 간 입장차가 있고, (투자 유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협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차남인 임종훈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에서 단독 대표이사직에 오른 상태다. 다만 임종윤 이사는 아직 주요 계열사인 한미약품 대표이사에 오르지 못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
만약 대주주연합이 임종훈 대표와 함께 하지 않고 표 대결에 돌입한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들이 제안한 정관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주주연합 3인 연대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34.06%, 특별관계자 지분을 모두 포함해도 48.19%다. 우호 지분이 더 필요하다. 3월 정기 주주총회 표대결 당시에도 송 회장 측 특별관계자로 분류된 친인척 일부가 이탈하는 상황이 있어 안정적으로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소액주주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다시 한 번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정기주총 당시 친인척이 들고 있는 지분 3% 정도가 형제 측으로 움직였다. 형제 측 우호지분이 30%에 육박하는 만큼, 소액주주와 친인척 등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주주 100% 참석은 힘들기 때문에 국민연금(약 6%)이 대주주연합 측에 합세한다고 하더라도 특별결의 사항 기준인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66.7%)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형제측이 30%만 확보해도 특별결의는 통과되기 힘들다. 정관변경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