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이 연 20조원 규모의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성이 높은 데다, 해외 함정 수주전에서도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잇따라 미국 함정 MRO 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다. 이들 모두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것.
MSRA는 미국 정부가 높은 유지·보수 품질과 기술을 갖춘 조선업체와 맺는 일종의 인증 협약이다. MSRA를 획득한 기업은 미국 해군의 다양한 함정 정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이번 협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뿐 아니라, 미국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 등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함정 MRO 시장에 본격 진출함과 동시에 이미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필리핀 함정의 MRO 실적을 바탕으로 아시아, 남미 등 권역별 MRO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역시 힘을 쏟는 상황이다. 최근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함정 MRO 수행을 위한 사업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상업용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총 18척의 함정을 수출한 독보적인 기술력과 필리핀에서 축적한 MRO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함정 MRO 시장에 연착륙함으로써 K-함정 수출의 지평을 더욱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도 "이번 MSRA 획득으로 미국 해군의 함정 정비 사업 본격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며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을 기반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들이 미국 함정 MRO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사업성이 높아서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달러(약 80조원)에서 2029년 636억2000만달러(약 88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방산 시장으로 함정 MRO 시장 규모만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해외 함정 수주전에서도 영향력이 상당하다. 함정은 다양한 무기·장비 등을 탑재한 복합 무기 체계다 보니, 전 수명주기 동안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해 MRO 경쟁력이 강점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선박 하나 팔아넘긴 뒤 끝나는 형태가 아닌, 이제는 AS(사후관리) 개념이 중요해졌다"면서 "MRO 시장이 선박 한 척 만들어 파는 시장보다 훨씬 커졌기에 업계가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