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티몬과 위메프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계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재무 건전성에 경각심을 가지게 된 입점 판매자와 고객이 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곳으로 몰려들 수 있단 분석이다. 이번 '티메프' 사태로 현재 업계 1위를 달리는 쿠팡과 재무적 안정성이 높은 네이버쇼핑, 초저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알리익스프레스·테무로 경쟁이 좁혀질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4.9%를 기록한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가 사실상 몰락한 가운데 일명 '쿠팡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몰앱 순위는 1위 쿠팡(3129만명), 2위 알리익스프레스(837만명), 3위 테무(823만명), 4위 11번가(712만명), 5위 G마켓(497만명) 순이다. 티몬은 437만명으로 6위, 위메프는 432만명으로 7위다.
이번 사태로 티메프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큐텐그룹이 대금 정산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서다. 이번 사태를 겪은 판매자들이 티메프에 재입점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체제 아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알리와 테무가 추격하는 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의 강점은 '빠른배송'이다. 쿠팡이 운영 중인 로켓배송은 익일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는 무제한 반품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전국 시군구 260곳 중 로켓배송 이용 가능 지역은 182곳(70%)이다.
쿠팡은 3년 내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230곳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1400만 유료 멤버십 소비자를 확보한 쿠팡은, 로켓배송이 230곳으로 확대될 경우 실제 이용 가능 인구는 5000만명 이상에 달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할 경우 가장 큰 수혜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쿠팡이 본다"면서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정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최대 포털 운영사인 네이버가 반사 효과를 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티몬·위메프처럼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오픈마켓 형태의 커머스 플랫폼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큐텐은 판매자와 소비자 신뢰를 잃은 이상 이용자 이탈은 불가피하다"며 "7조원으로 추정되는 큐텐그룹 총거래액(GMV)은 경쟁 오픈마켓들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며, 네이버로는 2조5000억원 이상의 GVM 유입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커머스 알리와 테무도 소비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할인 쿠폰 등을 발행하며 출혈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국내 판매자를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도 거세다. 알리바바닷컴은 국내 기업을 위한 전용 기업간거래(B2B) 웹사이트인 '한국 파빌리온'을 내달 8일 공식 론칭한다. 이 웹사이트를 통해 향후 5000개 이상의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B2B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한국 입점기업에 대해 9월까지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같은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거래 안전성이 담보된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기업 계열 이커머스로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티메프 사태로 판매자와 소비자들은 재무적으로 튼튼한 이커머스 업체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위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 29일 "회생 제도를 통해 사업 정상화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판매·구매회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며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 채무 일부를 탕감받게 되면 최종적으로 거액을 정산받지 못하는 판매자가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