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오카야마현은 서일본 교통 요충지다. 산요 신칸센과 산요 고속도로가 현 남부를 횡단하고, 동해(일본해) 방면 모든 특급열차가 오카야마역에 정차한다. 세토내해 건너 시코쿠 지역과는 세토대교를 통한 열차와 자동차, 그리고 우노항 연락선으로 연결된다.
면적 7114㎢에 183만여주민이 거주하고, 행정단위가 15시·10군·10정·2촌으로 구성된다. 이중 '현청 소재지' 오카야마시(71만3000명)는 주고쿠와 시코쿠 지방 최대 도시고용권을 형성한다. 이외 주요 도시로 △세토내해 '공업 중심지' 구라시키시 △'해상관문' 다마노시(우노항) △북부 지역 거점 쓰야마시 등이 있다.
오카야마현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강수량이 적어 '과수 생산 최적지'로 꼽힌다. 백도와 머스캣(포도) 생산량이 '일본 1위'이며, 한국에도 알려진 샤인머스캣도 이곳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또 북부 산악 지대 곳곳에 대규모 젖소 방목장이 있어 치즈와 요구르트 등 유제품 분야 생산도 활발하다. 오카야마현은 지역 구분상 주고쿠 지방에 속하면서 '세토내해 5현' 중 하나로 분류된다.
오카야마현이 지역을 어필하거나 홍보할 때 등장시키는 마스코트가 '모모타로'다.
모모타로는 모모(복숭아)에서 태어난 남자아이 타로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기비단고(수수경단)를 받아 개·원숭이·꿩을 부하로 삼은 후 요괴를 물리치고 금은보화를 챙겨 고향으로 개선한다는 '전래동화'다.
동화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스토리와 노래 가사 등이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다. 이에 정부에서 모모타로 표준형을 선정하고 초등학교 교과서나 그림책 등을 통해 보급했다. 그러자 언제부턴가 모모타로 고향이 '자기네 지역'이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이때 오카야마현이 몇몇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모모타로 고향으로 등록을 신청한다. 그 내용은 △오카야마가 '일본 제일 복숭아 산지'라는 점 △오카야마 '옛 지명'이 기비라는 점 △기비쓰 신사에서 제사하는 신주가 '요괴를 물리친 전승이 있다'는 점이었다.
문화청은 앞뒤가 딱 들어맞는 주장에 '모모타로 전설이 생긴 고장 오카야마'라는 설명을 달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수수를 뜻하는 '기비(黍)'와 옛 지명 '기비(吉備)'는 한자가 달라 서로 연관성이 없는데도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통과시킨 건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오카야마현에서는 이런 미래를 예측이라도 한 듯 에도시대부터 기비단고를 지역특산품으로 개발했다. 어쩌면 기비단고 '보통명사화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오카야마 기비단고는 전국적 명성이 있다.
한편, 인천-오카야마시는 대한항공 직항편이 주 3회 운항하고 있으며, 여름과 겨울 휴가철에는 증편되는 경우가 많다. 오카야마현은 2009년 경상남도와 우호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1981년 다마노시와 경남 통영시 △2002년 오카야마시와 경기 부천시가 자매도시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최근 2023년 4월에는 가사오카시와 강원 고성군이 자매도시가 되는 등 산하 여러 지자체가 한국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관광지
#기비쓰 신사
고대 일대를 통치했다고 전해지는 '오기비쓰히코노미코토'와 그 친족을 기리기 위해 1425년 조성된 신사. 팔작지붕이 쌍을 이룬 외관으로 국내외에서 유명하다.
본전과 배전 모두 국보로, 본전에서 산록을 따라 398m 길이로 아름답고 고풍스런 회랑이 조성됐다. '모모타로 전설 무대'라는 점도 관람에 흥미를 더한다. JR기비선 기비쓰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오카야마 고라쿠엔
1687년 착공해 1700년 완성된 에도시대 다이묘(영주) 정원이다. 14.4ha(약 4만3500평) 부지에 영주가 머무는 저택(엔요테이), 물이 흐르는 정자(류텐), 유이신잔 전망대, 녹차밭 등 아기자기한 시설이 촘촘히 들어섰다. 국가 지정 특별 명승지로 지정됐으며, 일본 '3대 명원'으로 꼽힌다.
#오카야마성
고라쿠엔 강 건너에 위치하는 오카야마성은 1597년 새 영주가 된 우키타 가문에 의해 기존 성곽이 정비 확장됐다. 독특한 '복합식 망루형 4중 6층' 천수가 1931년 국보로 지정됐지만, 1945년 공습으로 파괴됐다. 현재 천수는 1966년 1차 복원, 2022년 대대적 보수를 거쳐 재건된 것이다.
외벽이 검은색 칠이어서 '까마귀성(우조)'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JR 구라시키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하는 전통 건조물과 미관 보존 구역·영화·드라마·CM·애니메이션 등 로케지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에도시대 및 근현대 역사성 있는 건물과 풍취가 잘 보존됐으며, 21ha(약 6만3500평) 지구 내에서 2인승 인력거가 운행된다.
◆향토요리
#데미카쓰 돈(돈가스 덮밥)
밥에 양배추 채를 덮고 갓 튀겨낸 돈가스를 얹은 '오카야마풍 덮밥(돈부리)'이다. 돈가스 위로 데미글라스 소스가 듬뿍 뿌려지고 어린 완두콩이 올라간다. 이때 날달걀을 추가하는 점포도 있다. 오카야마역 도보 10분 '아지쓰카사 노무라(味司 野村)'가 원조로 알려졌다.
#마마카리 즈시(밴댕이 초밥)
손질한 밴댕이에 소금과 감식초를 조미해 빚은 초밥. 농림수산성 농어촌 요리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오카야마현 대표 향토 요리다.
마마카리는 오카야마에서 '밴댕이(삿파)'를 가리키는 애칭이며, 기름기가 오르는 가을철(10월경)이 특히 별미다.
#기니라노 오히타시(황부추 나물)
'기(黃)니라'는 오카야마현 특산 황색 부추를 말한다. 햇빛을 차단해 재배하는 이 부추는 아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향취가 일품이다. 소금물에 삶아낸 후 간장과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 등 조미료로 무쳐낼 때 참깨와 약간의 고춧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호르몬 우동(곱창 우동)
오카야마현 북부 쓰야마 전통 요리로, 우동 면이 들어간 곱창볶음이다. 육식이 금지된 에도 시대에도 '우마 유통거점' 쓰야마에서는 고기를 약으로 먹는 풍습이 있었다. 이런 전통 때문인지 예부터 쓰야마 곱창은 냄새가 안 나고 부드럽기로 정평이 나 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