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생활형 숙박시설(이하 생숙) 관련해 수분양자와 건설사, 시행사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인천, 청주 등에서 수분양자 1000여명이 시행사와 시공사, 분양대행사를 상대로 분양계획 추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에 나섰다.
생숙은 과거 부동산 상승기에 정부의 주택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대체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규제가 심한 아파트 대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세금 중과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당시 분양시장에서도 인기였다. 실제 생숙 분양에 나섰던 사업자들 역시 규제 사각지대에서 제외된 새로운 주거상품이라고 홍보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생숙은 호텔과 주거형 오피스텔이 합쳐진 개념이다. 호텔, 모텔 등의 숙박 시설과 달리 취사가 가능하며 '레지던스'라고도 불린다. 갈등의 시발점은 정부가 부동산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이같은 생숙에 대해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면서다.
지난해 정부는 생숙이 당초 취지와 달리 고객 숙박용이 아닌 주거용으로 변질돼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용도전환을 명령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이에 불응 시 시가표준액의 10%를 강제 이행금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용도 변경 기간의 유예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상황이 이렇자, 입주일이 다가오는 수분양자들은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하며 집단소송에 나섰다. 반면 건설업계는 기존 계약 약관을 근거로 분양 해지는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양측이 격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한국레지던스연합회에 따르면 준공을 앞둔 생숙의 수분양자 1000여명이 시행사와 시공사, 분양대행사를 상대로 현재 분양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들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공사와 분양대행사, 시행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5개 동 총 876실 규모로, 올해 8월 준공·입주를 앞두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21년 분양 당시 84~88㎡ 분양가는 14억~17억원에 달했다. 청약에도 57만여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657대 1을 기록했다. 분양 직후 프리미엄이 2억원씩 붙기도 했으나,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정작 들어가서 살지 못하자 갈등이 빚어진 셈이다.
내년 4월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1차)'도 조만간 건설사와 분양대행사, 시행사를 대상으로 분양계약 취소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인천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 △중구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 △부산 '송도유림스카이오션더퍼스트'·'해운대에비뉴' △충남 '한화포레나 천안아산역' △안산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등에서도 소송이 검토 또는 진행 중이다.
업계 전문가는 "올해와 내년 입주 예정인 생숙은 1만2000가구지만, 오피스텔 전환율은 여전히 1%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향후 관련 분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자체도 이행강제금 부과에 대한 세부 지침과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쌍방 해결할 문제라고 책임 떠넘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라며 "생숙의 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준 책임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