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카오(035720)가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간 사법 리스크로 그룹 쇄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이를 이끌던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신성장 사업마저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와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8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 인수전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하이브의 SM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주가가 높아지도록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2400억원을 동원해 SM 주식을 553차례 고가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사실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어겼다는 혐의도 받는다.
김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18일)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이 모인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날 결국 구속됐다.
2006년 카카오 설립 이후 총수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온 김 위원장의 부재가 현실화되면서 카카오가 추진하던 주요 쇄신 작업과 경영 로드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그간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도덕적해이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카카오페이(377300) 상장 직후 경영진 8명이 한꺼번에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88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해 '먹튀' 논란이 불거졌고, 카카오모빌리의 '콜 몰아주기' 사건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더욱이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영진이 대거 수사선상에 오르자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정점에 달했다.
위기의식이 확산되자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언, 같은해 11월 경영쇄신위를 출범시켜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한때 '은둔의 경영자'라고도 불린 김 위원장이지만 직접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의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아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해온 것.
이후 카카오는 계열사 경영 체계를 개선해 주요 사업적 결정 때마다 CA협의체에 보고해 리스크 검토를 거치게 했다. 또 지난해 5월 147개였던 계열사를 124개로 정리하고, 내부 감시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 구속으로 경영쇄신은 물론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해외 사업 진출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할 당시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쇄신'과 'AI 시대의 먹거리 발굴'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AI 신사업 관련 성장 동력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선보일 예정이던 카카오의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는 1년 넘게 공개가 미뤄지고 있고, AI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각도 회의적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달 AI 전담 조직과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일부 조직을 결합한 카나나를 설립했으나, 신규 모델 출시 일정이나 서비스 방향성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또 재판 결과에 따라 핵심 자산 중 하나인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323410)의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카카오 내부 역시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당초 구속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데다 일부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서다.
한편 카카오는 이번 구속영장 발부 이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