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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손가락 자른 빙그레...'남혐 논란' 봉쇄?

기업들 '젠더 갈등 지뢰' 언제 밟을지 몰라

배예진 기자 기자  2024.07.08 17: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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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과 이를 통한 페미니즘 마녀사냥을 종식해야 합니다"

지난 3월 열린 '페미니즘 사상검증 공동대응위원회' 출범식에서 장혜영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알파벳 G를 의미하는 수화가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본연의 의미보다 '남성 혐오' 표현 수단으로 더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집게손 모양은 일부 페미니스트 단체 사이에서 남성 비하 표현으로 사용되며 현재는 자신들을 상징하는 의미로 남아있다.

의도와 상관없이 '집게손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업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최근 르노코리아는 야심작으로 4년 만에 '그랑 콜레오스' 신차를 공개하며 많은 기대와 환호를 받을 예정이었다.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최초 공개 후 당일에만 3000대 이상 사전 계약이 몰렸지만, 르노코리아 홍보 영상 속 여성 직원의 손 모양이 논란이 되자 영업점마다 계약 취소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넥슨(225570)이 공개한 '메이플스토리' 홍보 애니메이션 영상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영상 속 여성 캐릭터의 집게손 모양을 두고 논란이 일자 넥슨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넥슨의 2023년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 급감했다.

GS리테일(007070)도 2021년 5월 공개한 이벤트 포스터 속 손 모양이 인터넷 커뮤니티 내에서 의혹이 제기돼 사과문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일로 GS리테일 2021년 2분기 영업이익은 27.7%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했음에도 타 편의점 브랜드보다 하락 폭이 컸다.

이처럼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집게손 하나로 기업은 타격을 입고 있다. 연이은 논란으로 애초에 캐릭터의 손가락을 없애버리는 파격 행보를 보인 기업도 있다.


빙그레(005180)는 SNS 게시글 속 캐릭터들의 손을 모두 둥글게 바꾸며 오해의 싹을 잘랐다.

빙그레가 이렇게 단호한 태도로 나서게 된 이유에는 앞서 2021년 브랜드 캠페인 광고에서 캐릭터의 집게손이 발견되자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사 제품 요플레 표지에서도 포착되면서 빙그레에게 '집게손'은 트라우마로 남게 됐다.



집게 손뿐만이 아니다. 특정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다양한 손 모양들은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언제 발견될지 모른 채 쓰이고 있다.

한 홍보 외주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들 사이에서 디자인할 때 아예 손을 넣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아는 사람만 아는 표현이라 잡아내기도 힘들다. 논란이 생겼을 때 외주업체의 피해도 막대하고, 애초에 의심의 싹을 잘라내는 게 낫다"고 전했다.

광고대행업체 관계자도 "일부 극우 성향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투나 표현을 알아둬야 하는 것도 곤욕"이라며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심을 낳게 된다"고 호소했다.

일부 극단적인 소수가 심어둔 '지뢰'에 기업은 예방할 수도, 대처할 수도 없는 애매한 기로에 놓여있다. 답이 없는 상황에 손실만 떠안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의 이번 결정도 나름의 혜안일 수 있으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젠더 갈등이 남아있는 한 끊임없이 기업은 '지뢰'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