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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복현 "낮은 지분율로 회사 지배, 자본시장 걸림돌"

'기업지배구조 세미나'서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역설…"하반기 자본시장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황이화 기자 기자  2024.06.26 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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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26일 낮은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는 국내 상장 기업들에 대해 "자본시장 선진화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시가총액 기준 10위 안에 드는 그룹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집단에 포함된 곳은 HD현대(267250)·SK(034730)·카카오(035720)다. 총수일가는 '기업의 주인'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이들의 지분율이 1%도 되지 않아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 참석한 이 원장은 축사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기업지배구조의 모순이 지목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순위를 보면 한국은 12개국 중 8위에 그치는 등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날 이 원장은 특히 오너 지분 구조 문제를 놓고 '한국적 기업지배구조'라고 주목했다. 그동안 기업주의 자본 축적 속도보다 기업 확장 속도가 더 빠른 고도 성장 기간이 지속되면서, 낮은 지분율로 기업을 지배하는 특유의 한국적 기업지배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한국적 기업지배구조는 경제 개발 시기의 압축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으로도 평가 받지만,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지금은 역설적으로 자본시장 선진화의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지배구조에 대해 "현재의 기업지배구조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에 취약하고 기업 성과와 주주 가치가 괴리되기 쉽다"고 봤다. 

그간 정부를 비롯해 학계에서는 낮은 보유지분으로도 계열사와 비영리법인 등 지분을 이용해 전 계열사에 지배권을 행사하는 관행을 문제시 해 왔다. 

지배주주가 높은 지배권을 활용해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합병, 인적 분할을 통한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등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수 주주의 부가 이전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에 따르면, 총수 집단 내부지분율은 61.2%로 5년 전인 2019년(57.5%)보다 오히려 늘었다. 그런데 이 중 총수 일가가 직접 보유한 경우는 3.6%에 불과하다. 

총수가 있는 72개 기업집단을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기업집단은 △두나무(0.21%) △HD현대(0.47%) △카카오(0.51%) △SK(0.51%) △장금상선(0.63%) 순이었다. 공익법인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가 많은 기업집단은 △롯데(10개) △삼성(9개) △금호아시아나(8개) △HD현대(7개) 순이다.


이 원장은 "좋은 기업지배구조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며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좀 더 미래지향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이 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G20/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이 최근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필요성을 역설 중인 가운데, 이날도 "주주의 권리행사가 보호·촉진되고, 모든 주주들이 합당한 대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기업지배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사회는 기업의 전략적 지침 설정, 경영진에 대한 효과적인 감시 등을 수행하는 한편 기업과 주주들에 대한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혀 온 이 원장은 이날 "마침 제22대 국회의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주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시기"라며 "상속세, 금투세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개편 논의도 기다리고 있다"고 주목했다.

그는 "금년 하반기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건설적 대안을 마련할 최적의 시기인 만큼 이번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앞으로 학계, 경제계, 시장전문가, 유관기관 등과 긴밀히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