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은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또 배임죄 폐지 의견을 피력해 주목됐다. 그는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비롯한 많은 경제인들을 배임죄로 기소한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금감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해외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이는 금감원 외 대통령 경제수석실·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 등 '정부 경제팀' 차원에서 최종 확정된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원장은 '건강한 토론의 장 마련'을 위해 금감원장 개인 차원의 의견을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이날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뉴욕이나 런던 증권시장 등 국제 시장에도 없는 고유한 의무'라는 지적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사실관계를 놓고 공개 토의하자는 지경"이라고도 말했다.
이 원장은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 및 모범회사법이 명시적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외 영국·일본 등도 판례나 연성규범(지침 등) 등을 통해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형사 이슈로 확대된다'는 우려 관련 이 원장은 '배임죄 폐지'와 '경영판단원칙 제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은 회사법·형사법 양분야에서 선진국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형사법 영역에서는 배임죄 등으로 인해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과도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투자기관 판단 대상이 되는 등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이사회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가 다소 미흡하면 배임죄 책임으로 귀결되는 형태의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배임죄에 대해 그는 "전세계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제도고 회사법적 건강한 토론과 해석을 저해하기 때문에 유지냐 폐지에 대해 입장을 구한다면 저는 폐지"라며 "이에 대해 금감원 차원에서 강하게 의견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배임죄 환경이고 회사법에서 부족한 것은 형사적 책임을 구해서 이해관계자들이 절차를 진행했던 현실 절차를 보아 폐지가 안된다면 구속 요건을 명확히 해 정말 나쁜 경우에 적용하거나 경영판단원칙을 통해 명확히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상법상 특별배임죄에 대해서도 "상법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형사처벌"이라며 "상법에서 특별배임죄를 없애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검사 시절 많은 경제인들을 배임죄로 기소한 바 있다. 배임죄에 대한 입장이 변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생각이 바뀐 건 전혀 없다"며 "배임죄를 제일 많이 적용해보면서 고민을 많이 해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응대했다.
이날 이 원장은 밸류업 기업 법인세 세액공제·분리과세·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폐지·기업상속 공제 확대·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각종 세금 감면 정책에 대해 "강하게 필요하다는 의견"이라며 "과거 유럽 사례처럼 과도한 상속세, 증여세가 기업의 활력을 꺾고 해외로의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집중투표제 강화, 황금낙하산 제도에 대해서는 "검토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의문"이라며 "특정 주주 의결권 강화보다 이사회에서 균형감있게 토론하는 환경 마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계는 정부가 상법을 개정해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 친화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 중이다. 이해상충에 따른 소송 남발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해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날은 이 원장이 금감원 후원 정책세미나에서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 날이다.
대한상의는 "응답기업의 52.9%가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관련 상법 개정 시 인수합병(M&A)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철회·취소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