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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구석구석] 복어 메카와 이토 히로부미 '야마구치현'

장범석 칼럼니스트 기자  2024.06.11 13: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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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혼슈 서쪽 끝 야마구치(山口)현은 일본 7개 권역 중 주고쿠(中国) 지방에 속한다. 면적 6112㎢ ‧ 인구 128만6000명으로 도도부현 랭킹 각각 23위와 27위에 해당한다. 

행정구역이 13시‧4군‧6정 지자체로 나뉘며, 현청 소재지는 중앙부 야마구치시다. 주요 도시로는 △시모노세키(24만2000명) △야마구치(18만9000명) △우베(15만6000명) △슈난(13만명) △이와쿠니(12만명) △하기(4만명)를 꼽는다. 

흥미로운 점은 현청 소재지 중심으로 경제권이 형성되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야마구치현은 시모노세키시가 경제 중심지다. 일본은행 지점, 지역 금융기관이나 가스회사 등 주요 기관이 대부분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시모노세키는 고대부터 한반도와 중국을 잇는 관문이었다. 조선시대 통신사가 교토나 에도(도쿄)를 갈 때 이곳에서 출발하고 이곳을 통해 귀국했다. 일제강점기 직전인 1905년 개통된 시모노세키-부산 항로는 여전히 양국 여객선이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두 항구 간 거리가 225㎞ 정도에 불과해 부산항 기준으로 제주나 목포보다 가깝다. 

삼면이 바다인 야마구치현은 '일본 복어 집산지'다. 전국에서 어획하거나 양식하는 복어 중 물건될 만한 것들은 시모노세키 어시장에 모인다. 특히 고급 어종 '도라후구(참복)' 등 자연산 80%가 이곳에서 경매되고, 각지로 출하된다. 

독을 가진 복어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식용이 금지된 바 있다. 금기를 깬 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토 히로부미다. 

당시 정계 거물이던 이토가 시모노세키조약 체결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숙소 주인이 불이익을 각오하고 복어를 대접했다고 전해진다. 이토는 난생 처음 먹어본 복어 맛에 감탄했고, 총리가 되자 야마구치현에서만 복어를 팔 수 있도록 특별 허가를 내준다. 아마도 이토 고향이 야마구치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복어는 시모노세키를 통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생겨났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야마구치현에서는 복어를 표준어 '후구'가 아닌 '후쿠'로 부른다. 전자는 '불우(不遇)' 발음과 유사하고, 후자는 복(福) 발음이 같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야마구치현은 총리(수상)가 많이 배출된 현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이 내각제 도입(1885년) 이래 65명 총리가 나왔으며, 이중 9명이 야마구치현 출신이다. 비율로는 14%에 불과해도 일본 지자체(47개)를 고려하면 낮은 수치가 아니다. 

또 집권 횟수와 통치 기간을 합산하면 21회 42년에 달한다. 이는 139년 내각제 역사 30%가 야마구치현 출신 정치인 손아귀에 있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우리 역사와 관련이 깊은 인물로는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 △한일기본조약 서명자 사토 에이사쿠 △기본조약 후원자 기시 노부스케 △역대 최장수총리 아베 신조 등을 들 수 있다. 사토는 기시 친동생이고, 아베는 기시 외손자다. 
  
한편, 야마구치현은 부산-시모노세키 항로를 이용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1만6000톤급 페리 두 척이 매일 저녁 각각 항구를 출발해 다음 날 아침 반대편 항구에 도착한다. 

선내는 각종 편의시설(식당·목욕탕·면세점·노래방)이 갖춰져 있고, 한국 선적 '성희호'에는 데크마다 미술품이 전시됐다. 항공 이용시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신칸센을 이동하면 편리하다.  하카타~신시모노세키 86㎞, 신야마구치 148㎞이며, 시간은 30~40분 걸린다.

시모노세키시는 부산광역시와 자매도시, 전남 광양시와 우호 도시 협정을 맺고 있다.

◆관광지

#스미요시 신사

오사카 및 하카타에 위치한 스미요시 신사와 함께 '일본 3대 스미요시 신사'로 꼽힌다. 

일본서기 기록에 따르면 서기 200년 전후 진구왕후가 삼한 정벌을 위해 신탁을 받아 세운 신사라고 전해진다. 다만 '삼한 정벌설'은 왜곡 가능성이 크다. 본전이 국보이며, '신라시대 제작됐다'는 조선종(신라종)은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긴타이(錦帯)쿄

현 동쪽 끝 이와쿠니시에 있는 '목제 5연속 아치교'로 세계적으로 진귀한 형태다. 전장 193.3m 사이로 4개 교각이 세워지고 육지와 교각, 교각과 교각을 연결하는 5개 큰북 모양 아치가 건설됐다. 이런 독특한 발상은 '중국 항저우 서호 연륙교'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1922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됐다. 

#국제종합센터

JR 시모노세키역 부근 7841㎡(약 2372평) 부지에 △국제무역빌딩 △이벤트홀 △전망대 등 4개 시설이 들어섰다(연 면적 3만587㎡). 이중 지상 높이 143m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시가지와 해협 야경이 유명하다. 


◆향토음식

#복어회 등 선어 요리

복어회는 얇게 손질된 어육을 쪽파(아사쓰키), 빨강 무즙과 함께 폰즈에 찍어 먹는 게 정석이다. 폰즈에는 향이 진한 '폰칸'이나 맛이 쓴 광귤이 들어간다. 

시모노세키시청 근처 간몬해협 부두 '가라토(唐戸)어시장'에 가면 복어를 비롯한 여러 해산물을 가성비 높게 먹을 수 있다. 다만 주말과 공휴일 오후 3시까지 일반인 대상 영업을 한다. 평일에는 상인들 전용 어시장이므로 날짜와 시간을 잘 확인해야 한다. 

#후구 가라아게(복어 튀김)

가격이 저렴한 시로사바 복어 몸통을 말린 후 반죽을 입혀 튀긴 야마구치 명물 요리. 

일반 튀김과 달리 짧은 시간에 신속하게 튀겨 탱탱한 복어 식감과 아삭한 반죽 조화가 일품이다. 이자카야 등 주점에서 술안주 메뉴로도 인기가 있다. 

#가와라 소바

잘 달궈진 사각 프라이팬에 녹차 소바를 깔고, 그 위에 계란지단과 볶은 쇠고기, 쪽파, 레몬, 무즙 등을 올린 유명한 요리다. 메이지 초기 세이난 전쟁 때 병사들이 기와(가와라)에 고기와 야생초를 함께 구워 먹은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니메시(성게 밥)

해산물 보고로 알려진 현 북쪽 하기(萩)시 향토 요리다. 이곳에서 잡히는 성게는 단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생산량도 전국 7위를 기록할 만큼 풍부하다. 

밥을 지을 때 소금이나 간장, 술과 함께 성게를 얹어 취사한 후 완성된 밥에 김을 올려 먹는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