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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법으로 언론을?" 언론중재법 절대 안 되는 이유

남연서 기자 기자  2024.06.07 16: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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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이 논란이다. 21대 국회 논의를 거쳐 수정한 언론중재법에 비해 정 최고위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정무직 공무원과 후보자 등의 공익침해 행위와 관련한 언론 보도 등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이 빠졌다. 

또 법원은 최대 3배까지 보상을 요구할 수 있고,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 또한 6개월에서 3년으로 늘렸다. 

이 법안은 2021년 민주당이 추진하려다가 언론계와 대한민국 여론, 국제기구의 거센 반발로 철회된 제안보다도 그 수위가 높다. 

정 최고의원은 "미국의 경우 위법성, 의도성, 악의성이 명백한 경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구조를 따라가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몇몇 언론의 '아니면 말고'식 허위보도와 가짜뉴스는 피해자에게 물질적 손해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발의 배경을 말했다. 

하지만 정 최고의원의 말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우선 미국은 '명예훼손'이라는 개념 자체가 국가에서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싸움으로 평가해 민사소송만 가능하다. 나아가 공인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철저히 보호한다. 정 최고위원이 이야기한 위법성, 의도성, 악의성 중 악의성이 명백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미국은 악의성 또한 기준이 매우 높다. 언론의 자유에 관한 법령에 대한 기준이 되는 1964년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와 엘비 설리번(L.B. Sullivan)의 민사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보자. 

미국 대법원은 언론이 권력을 확실하게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확실히 만들었다. 판결에 따르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했다면 기자가 증명해야 할 것은 '악의성이 없었다'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악의성은 보도된 자료가 허구임을 기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걸 뜻한다. 즉 취재를 철저히 하지 않았거나 거짓임을 알고도 보도했어야 한다. 

또 미국 헌법에 따르면 의회는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자체를 입법시킬 수 없다. "의회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을 만들지 아니한다"는 조항은 미국 헌법 제1조에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언론징벌법'을 추진한 의원은 이상직 의원이다. 이 의원은 당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은 후 구속됐다. 또 이번 법안의 발의를 추진한 양문석 의원은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둔 상태다. 양 의원은 불법대출 의혹 보도 때 "당선되면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관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는 이 법령을 발의한 의원들이 지키고 싶은 것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해 봤다. 

이들도 가정이 있고 자존심이 높은 사람들이다. 권력을 가진 공인으로서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당하고 조사받는 것이 화나고, 피곤하고, 짜증날 수도 있다. 가족과 명예를 지키고 싶은 그들의 마음은 이해된다. 이에 이들이 언론도 견제당하고 비판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으로 이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이같은 행위를 법에 의존해 묶으려는 행동이 반복되면 '법이 모든 것을 해소할 것'이라는 관례가 쌓인다. 결국 '입법독재', '검찰독재'로 국가를 몰고 갈 것임이 불보듯 뻔하다.  

언론의 견제는 법이 아닌 여론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 의원과 재력가들은 여론과 직접 자주 소통해야 한다. 언론이 잘못할 때 압박하고 혼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여론이다. 국민들에게 그런 식으로 권력을 돌려주어야 공복(Public servant)의 뜻을 다 할 수 있다.  

이미 대한민국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같은 기관을 통해 언론 탄압 및 조종을 할 수 있는 상태다. 여기에 국회까지 나서서 언론의 행동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안된다. 

전체주의가 가장 첫 번째로 통제하는 것은 언론이다. 다음이 여성이다. 재력과 권력을 무서워하는 언론은 민주주의에서의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없다. 

권력은 견제하고 국민에게 분배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패할 것이고, 민주주의는 퇴보될 것이다. 

제22대 국회 첫 법령으로 발의된 '언론중재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자부심으로 뭉친 민주당에서 발의된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대한민국에 올바른 민주주의를 만들고자 지금까지 수많은 국민과 언론은 버티고 싸워왔다. 자신의 이익과 안녕을 위해 그동안의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법으로 무너지게 만드는 愚(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