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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구석구석] 사카모토 료마 낳은 '고치현'

장범석 칼럼니스트 기자  2024.05.27 15: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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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고치현은 시코쿠 남부에서 동서로 길게 태평양과 마주한다. 면적은 7102㎢로 전국 18위, 인구의 경우 약 66만명으로 전국 최하위권(45위)이다. 

'현청 소재지' 고치시와 주변 평야 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험준한 산악지대다. 그 비율이 89%에 이르러 전국 평균 67%를 훌쩍 넘는다. 인구 절반이 고치시에 집중됐으며, 다른 시나 군 행정단위는 5만명이 넘지 않는다. 

이런 지리적 영향으로 고치현에는 특별한 공업지대가 없다. 따라서 현민 소득 대부분은 농업‧수산업‧임업 등 1차산업에서 창출된다. 

다행히 태평양 연안을 흐르는 흑조 영향으로 기후가 온난해 농업과 어업에 적합한 환경이다. 8월에 출하하는 조생종 쌀, 가지·피망·단고추·생강·유자 등 채소류,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원예가 유명하다. 

또 낚시로 잡아 올리는 '소다 가쓰오(가다랑어 일종)' 어획량이 전국 1위를 기록한다. 최근에는 육우와 양계 분야도 힘을 쏟고 있다. 

일본이 에도막부를 타도하고 서구화‧근대화 길로 들어서도록 만든 일련 개혁운동을 '메이지유신'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라는 시대 인물이 등장한다. 

료마는 당시 '최강 번' 사쓰마(가고시마)와 조슈(야마구치) 동맹을 성사하고 '대정봉환(막부 통치를 천황에게 되돌림)'을 완성하는 데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다만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1867년 11월 33세 나이에 암살당하며 안타깝게 생을 마친다.

이런 '불세출 영웅' 고향이 바로 고치현(옛 지명 도사국)이다. 료마는 일본인들이 역사상 최대 위인으로 꼽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 전설적 인물들과 비견되며(어쩌면 능가하며), 여전히 드라마나 소설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현재 고치시에는 동상을 비롯해 △생가 기념관 △이름을 딴 거리와 우체국 △현립 사카모토 료마 기념관이 있다. 인근 고난시에는 '료마 동료 고향'이라는 인연을 내세워 밀랍 인형으로 박물관을 조성했다.

이외에도 '료마가 일본 최초 상사(商社)조직을 결성했다'는 나가사키시에서는 1989년 동상을 세웠고, 6년 뒤에는 료마가 신었던 부츠를 동상처럼 만들었다.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 경우 '사카모토 집안 후손과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홋카이도 기념관을 세웠다. 

고치현에서는 2003년 고치 공항에 '고치 료마 공항'이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한편 한국에서 고치현 직항편이 없어 가가와현 다카마쓰 또는 혼슈 오카야마에서 JR 철도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물론 후쿠오카‧도쿄 등지에서 국내선을 이용해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고치현은 2016년 11월 전라남도와 자매 교류 관계를 맺었다. 

◆볼거리


#고치성

고치 평야 중심부 야산에 세운 평산성이다. 에도 막부 성립에 공을 세운 야마우치 가문이 1601년 해당 지역을 맡으며 10년 공사 끝에 완공했다. 일본 100대 명성 중 하나인 동시에 에도시대 천수각이 남은 12성 중 하나다. 

JR 고치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이리아케(入明)역 부근 500m 거리에 있다. 

#치쿠린지(竹林寺)

고치 시내를 흐르는 고쿠부 강 건너편 고다이산(146m)에 세워진 진언종 사찰이다. '시코쿠 88개소 불교사원' 31번째 순례지로, 시코쿠에서 유일하게 문수보살을 본존으로 한다. 

나라 시대 초기인 724년 창건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5중탑 △서원 △정원 △보물관 등이 유명하다. 명상‧경전 사경‧수행‧순례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아시즈리 미사키(곶) 

남서부 아시즈리 반도 끝자락 시라오산(433m)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태평양과 맞닿은 화강암 지대가 융기‧침강을 반복하며 만든 절경이 관광 포인트. 일몰과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미슐랭 그린가이드 재팬'에서는 미사키와 그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각각 별 두 개로 평가했다.
 
#요사코이 마쓰리

아와오도리 등과 함께 '시코쿠 3대 마쓰리' 하나로, 100만 인파가 몰린다. 

전국적 인기를 자랑하는 '아와오도리'에 대항하기 위해 1954년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와오도리처럼 일본풍 음악으로 배경을 삼았지만, 이후 주제곡 '요사코이 나루코 오도리'를 삼바‧록‧힙합‧플라멩코 등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해 관심을 끌었다. 

매년 8월10일~12일 3일간 개최되는 대회 전야제 때는 불꽃놀이 축제가 함께 벌어진다. 대회가 끝나면 4일간을 '후야제' 형식으로 열기를 이어간다. 

◆향토음식

#기비나고 호가부리(비지 초밥)

새콤달콤하게 삶아낸 비지를 한 입 크기로 뭉친 후 기비나고를 동여맨 초밥이다. 

기비나고는 청어와 멸치 중간 크기 '잔 생선(길이 10㎝ 정도)'이다. 주로 현 남서부 스쿠모(宿毛) 만에서 어획된다. 지역 향토 요리로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은 현 전역에 퍼졌다. 


#사와치료리(연회 요리)

고치현 식문화 대표 요리다. 사와치료리(皿鉢料理)는 특정 요리 이름이 아니고 문화를 의미한다. 

고급 대형 접시에 산과 들, 강과 바다 특산물을 사용한 요리가 가득 담겨 나온다. 기원은 무가 시대 영주가 손님을 대접한 요리에서 시작해 메이지유신 이후 일반에게 보급됐다. 

해당 메뉴가 있는 음식점에서 인원 수만큼 주문할 수 있으며, 1인분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가쓰오 다타키(가다랑어회)

'고치현 대표 어종' 가다랑어를 마디로 잘라 표면만 살짝 구워 식힌 후 양념과 소스를 뿌려 먹는 요리로, 일명 '도사즈쿠리‘라고도 부른다. '도사(土佐)'는 고치현 옛 지명이다. 

가쓰오 다타키는 어부들이 선상에서 먹던 식사에서 유래하는데, 보존 기술이 없던 시절 선도가 떨어진 가다랑어를 먹기 위해 개발한 요리라고 알려졌다. 

#나베야키 라멘(뚝배기라면)

'라면 왕국' 일본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라면이다. 닭 뼈로 우려낸 간장 맛(쇼유) 국물이 개운하면서도 중독성을 부른다. 

해당 라면은 여느 라면과 달리 질그릇 뚝배기에 끓는 상태로 나온다. 고명으로 날달걀과 어묵, 대파가 올라가는 게 냄비 우동을 떠올리게 한다. 반찬으로 단무지만 나오는 것도 그렇다. 고치시 남쪽 40여㎞ 지점 '해안 도시' 스사키(須崎)시가 본고장이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