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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事象)누각] '서울 도심 속 우주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세계 최대 3차원 비정형 건축물…제각기 다른 '4만5133장' 알루미늄 패널들

전훈식·박선린 기자 기자  2024.05.27 15: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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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 랜드마크는 물론, 작은 빌딩이나 도로 등 모든 건축물은 건축사와 건설사, 그리고 노동자 사상이 모두 녹아든 집합체다. 때문에 공장 생산물과 달리 이용객이나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하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야기하곤 한다. 사상누각(事象樓閣)에서는 국내 대표 건축물 속 사상과 이들 건축물로 인한 시장 변화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이번 회에서는 서울 남산 중심부에 자리한 랜드마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해 살펴봤다. 

"건축은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 남산 중심부에 거대 우주선이 있다. 바로 UFO를 연상시키는 곡선 형태의 은빛 구조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이다.

완전한 곡면에 이음새 없이 이어진 모습과 크기가 전혀 다른 알루미늄 조각으로 감싸진 외관은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다. 이는 2010년 세계 최고 건축물 '브루즈칼리파'를 만든 삼성물산(028260) 기술력이 또 다른 역사를 이뤄낸 결과로 볼 수 있다.

어느덧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DDP는 서울시 중구에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2007년 12월 철거된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조성된 이후 2009년 착공해 2014년 3월에 개관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외에서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공사를 4년 만에 완공하는 쾌거를 이룬 역사적 결과"라며 "삼성물산 최첨단 공법 집약체로, 현재도 글로벌 건축물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우리나라 근·현대사 상징 공간인 동대문운동장을 철거‧건립되는 과정에서 시민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디자인 서울' 정책을 내세운 오세훈 시장의 강한 의지로 건립이 강행된 이후 현재까지 성공적 결과로 호평을 받고 있다.

DDP 규모는 지하 3층~지상 4층(최고높이 29m)으로 △대지면적 6만2962㎡ △건축면적 2만5008㎡ △연면적 8만6574㎡에 달한다.

DDP는 여성 건축가 최초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작품이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밤이 저물 때까지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동대문 역동성에 주목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곡면과 사선, 사면으로 이뤄진 특유 건축 언어로 자연물과 인공물이 이음새 없이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었다. DDP는 이를 기반으로 동대문을 상징하는 3차원 비정형 건축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건축 컨셉은 '환유 풍경(Metonymic Landscape)'이다. 환유(換喩)는 특정 사물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수사학적 표현이다. 역사적·문화적·도시적·사회적·경제적 요소들을 환유적으로 통합해 하나의 풍경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통상 건축물은 직선과 평면을 기본으로 설계된다. 10여종 철골만 사용되고, 외관도 대개 벽돌과 유리 등으로 마무리한다.

이와 달리 DDP는 기본 틀에서 벗어나 일반 건축물 1000배가 넘는 1만여 종 상당 철골이 사용됐다. 외관은 휘어지는 정도와 크기가 다른 알루미늄 패널(판) 4만5133장으로 마감됐다. 패널은 기본 크기 1.6x1.2(두께 4㎜)로, 4가지 모양과 14가지 패턴이 적용됐다.

물론 외장 패널은 기존 생산 방식 및 시공방법으로는 디자인 구현은 물론, 품질 확보 및 공기 준수마저 불가능했다. 국내‧외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장비를 제작하는 방식을 꺼냈다. 선박‧항공기‧자동차 등 금속 성형 분야 기술을 활용해 비정형 패널을 제작하기 위한 2차 곡면 성형‧절단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건축물 내·외부에 직선 또는 벽이 없이 액체 흐름을 연상시키는 공간적 유연성도 눈에 띈다. 특히 최첨단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설계기법, 메가트러스(Mega-Truss; 초대형 지붕트러스)와 3차원 배열 스페이스 프레임(Space Frame) 구조로 이뤄졌다.

외관에서 볼 수 있는 물결치듯 이어지는 곡선과 함께 기둥이 보이지 않는 실내를 구현하기 위해 초대형 지붕 '메가트러스 공법'과 3차원 배열 공법 '스페이스 프레임'이 적용됐다. 

다양한 모양 건물 안팎에 사용된 노출콘크리트 기술 역시 독특하다. 거푸집을 탈형한 콘크리트 표면에 별도 마감을 하지 않고 그대로 노출하는 마감이다. 이 때문에 거푸집 제작이나 콘크리트 타설에 있어 정밀한 작업과 품질관리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는 비정형 건축물에 대해 "상상 위에 그리는 건축"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비정형 건축물 설계는 사실상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경험하지 않는다면 그저 상상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도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비정형 건축 전문가를 육성하고, 다양한 건설사 시도가 이어질지 향후 국내 시장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