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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정책은 완벽한 수준, 최선 아니나 최고의 차선책?

드림팀 실무 이백만 차장 '청와대 칼럼'기고

양세훈 기자 기자  2005.09.08 09: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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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31부동산대책 이후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부동산정책에 처음부터 참여한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이 이와 관련 '청와대 칼럼'에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번 8.31정책은 거의 완벽한 수준인데…. 최선은 아닐지라도 최고의 차선책임에는 분명한데…”라는 자평을 남겼다.

다음은 이 차장의 글 전문이다.

‘진짜 세금폭탄’은 투기꾼에게 안겼다

'8·31정책 세상에 나오기까지…그레이스 호텔 1022호의 산고'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익숙한 시구(詩句)지요? 우리들의 마음을 항상 잔잔하게 위안해 주는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 날’의  첫 소절입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온 국민의 관심 속에 8월 31일 발표된 ‘국민참여 부동산정책’이 마무리되던 날 저녁, 저는 이 시구를 떠올렸습니다.

올 여름 얼마나 더웠습니까? 100년만의 더위가 올 것이라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예보는 빗나갔지만, 올 여름의 더위는 유난스러웠습니다. ‘국민참여 부동산정’은 이런 무더위를 극복하고 탄생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대책반은 삼복 더위도 잊은 채 올 여름 꼬박 2개월 동안 씨름했습니다. 모두들 휴가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국민들의 평가는 ‘양극화’ 그 자체입니다. 한쪽에서는 “정부, 강남부자 손들어줬다” “역시 솜방망이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기회복을 위축시킬 정도다” “부자를 죄인 취급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투기 잡아라” 특명에 드림팀 출범…첫 회의부터 난상토론

○…‘국민참여 부동산정책’으로 명명된 ‘8.31정책’은 고통의 산물이었습니다. 부동산은 특수한 재화입니다. 부동산시장은 수요공급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대표적인 시장입니다. 투기꾼들은 이 같은 약점을 100% 활용하여 불로소득을 취합니다. 그들에게 있어 국민경제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터진 ‘강남발(江南發) 부동산투기붐’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방치해 두었다가는 전국이 투기장화할 기세였습니다. 집 없는 도시서민과 송곳 하나 꽂을 곳 없는 보통사람들로서는 기막힌 일이 다시 벌어질 뻔 했지요.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사회적 암’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정책수립에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6월 17일 당ㆍ정ㆍ청 수뇌진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정책 간담회를 주재하여 “8월 말까지 부동산정책을 수립해 발표하라”고 경제팀에 지시했습니다. 아울러 정책형성과정을 국민들에게 모두 공개하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곧이어 부동산정책 실무기획단이 구성되어 실무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기획단의 회의는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주재했고, 청와대 총리실(국무조정실),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국정홍보처 등 관계기관 차관보급(1급) 실무자들이 참여했습니다. 부동산 정책의 ‘드림팀’이 탄생한 것입니다.

첫 회의가 7월 4일 청와대 정 보좌관실에서 열렸습니다. 분위기가 무척 무거웠습니다. “기존의 부동산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백지상태에서 출발하자. 부처이기주의는 없다. 현안을 모두 털어놓고 합의점을 찾아내자. 명분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실효성 확보가 중요하다.” 정 보좌관이 작업의 ‘큰 원칙’을 밝혔습니다.

첫날부터 난상토론이었습니다. 시간을 재어보니 꼬박 4시간여 만에 1차 회의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출발이었습니다. 난산을 예고했습니다.

포퓰리즘 철저히 배격… 여론 존중하되 함몰은 금물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부동산 기사가 넘쳐 흘렀습니다. 한 마디로 “정부는 뭐 하고 있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시민단체에서도 정부에 대해 연일 강공을 날렸습니다. 기획단 멤버들은 이 같은 여론을 매일매일 체크했습니다. 국민의 뜻을 담아낸 실효성 있는 정책을 어떻게 만들지 매일 고민했습니다. 자칫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흐를 우려도 있었습니다.

정 보좌관이 중심을 잡았습니다, “국민의 여론은 최대한 존중하되, 여론에 함몰되어서는 안된다. 포퓰리즘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가구 3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수준(60%)으로 유지하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상한선을 전년도의 3배로 제한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정부가 투기근절을 위해 1가구 3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70%로 높이고, 종부세의 상한선을 폐지키로 했다”고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언론은 이를 기정사실화해 나갔습니다. 정부에 대해 강공책을 주문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투기근절의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였습니다.

1가구 3주택 양도·종부세 상한 실시…결과적으로 언론이 오보

실무자 간에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현행 수준을 유지하자는 온건파와 언론의 지적대로 강화하자는 강경파로 나뉜 것입니다. 온건파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양도세율 70%는 엄청 높은 수준이다. 현재 미등기 양도자산에 대해서는 70%를 부과하고 있다. 70%는 사실상 최고세율이다. 세제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70%’만 보고 있다. 실제 양도세가 부과될 경우 주민세 등 여러 가지 세금이 덧붙는다. 때문에 납세자가 내야할 실질적인 세부담은 90%가 넘는다. 여기에다 거래수수료 등  부가비용을 더하면 원금이 깨질 수도 있다. 현행대로 60%만 부과해도 투기소득을 실질적으로 모두 환수하는 효과가 있다. 세금 내본 사람들은 다 안다. 종부세 상한선을 폐지하는 것은 더 많은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캡(모자)을 씌우자. 종부세 상한선을 현행 전년도 납세액의 1.5배에서 3배로 높이면, 투기억제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만약, 캡을 씌우지 않을 경우 극소수이긴 하지만 일시적으로 10배 가까운 수준의 엄청난 세부담을 안길 수 있다. 이것은 징벌이다. 세금이 아니다. 부동산 가진 사람이 죄인은 아니지 않은가.”

부동산 부자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성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온건파의 주장대로 결론이 났습니다. 합리주의의 승리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언론매체들이 오보를 내고 말았습니다. 시장경제의 적(敵)인 포퓰리즘은 철저히 배격되었습니다.

이데올로기화된 ‘거래세 인하’…극적 합의로 타결

○…거래세 인하를 놓고서는 논쟁이 몇 주일 걸렸습니다. 재경부와 행자부가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 실무자는 “거래세를 대폭 낮추지 않으면 이번 정책은 효과가 없다”고 행자부 실무자를 압박했습니다. 재경부는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를 줄기차게 강조했습니다. 마치 주문 외듯 하더군요. 행자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재경부에 동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어떤 분은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는 국민들 사이에서 이데올로기화되어 있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이번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어떤 국민이 공감하겠느냐”고 지원사격을 하더군요.

모두들 행자부 실무자를 쳐다보았습니다. 행자부 실무자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맞다, 잘 알고 있다. 거래세를 낮춰 줘야 한다. 그런데….” 그는 말끝을 흐리더군요. “부동산정책도 중요하지만…. 거래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살림 밑천이다. 이걸 다 깎아 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랬다가는 지방자치단체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도 되는가? 그걸 국민이 진정으로 원할까요? 대안을 갖고 얘기합시다.”  

논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행자부 실무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행자부는 0.5%포인트 이상은 절대로 인하할 수 없다는 논지였습니다. 재경부가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거래세를 0.5%포인트 내렸다고 하면, 국민들이 웃는다. 아마 기자들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거래세를 낮추면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세금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결단을 내려달라.” 하소연을 하더군요.

지방세 감소분은 보유세 강화분으로 보전

행자부 실무자는 이에 대해 “좋다. 거래세 부족분을 국세로 메워준다는 약속을 해 달라, 그러면 검토해보겠다.” 절묘한 절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회의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정 보좌관이 재경부 세제실장을 쳐다보면서, “김 실장, 어때요? 국세로 메워줄 수 있습니까?” 또 다른 양보를 요구했습니다.

최종결론이 났습니다. 개인간 주택거래세를 현행 3.5%에서 2.5%로 1%포인트 인하하기로 한 것입니다. 참 어려운 결단이었습니다. 대신 “지방세수 감소분은 보유세 강화분으로 보전”키로 했습니다. 발표문(보도자료) 24쪽에 자리잡은 이 문구는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공급정책도 정공법으로…강남지역에 200만평 신규택지 공급

○…공급정책의 강화에도 많은 스토리가 있습니다. 수요억제가 우선이냐, 공급확대가 우선이냐. 7월 5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 당정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당측 인사들은 공급확대를 강력히 주장하는 편이었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 입장이었지요.

정부로서는 공급확대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강조하다보면 ‘암적인 존재’인 투기수요를 척결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수요 억제에 무게중심을 둔 것인데, 마치 정부가 공급정책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줄을 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무척 답답한 지경이었습니다.
 
공급정책도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수요억제정책에서 ‘보유세 강화‘라는 정공법을 썼듯이….
여기에 대해 답을 주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될 게 뻔했습니다. 송파 거여지구에 200만평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기로 했고, 이것도 부족하면 추가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이곳에 5만가구의 주택을 건설하고 이 가운데 중대형을 40%(2만가구)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송파 거여지구의 신규주택 공급규모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강남 4구’의 연간 주택수요의 1.9배, 중대형 수요의 1.8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사상 첫 공론조사, 진정한 여론 정책에 반영

○…국민여론을 더욱 과학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공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아주 획기적이었습니다. 국민여론을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신문, 방송, 인터넷 등에 나타난 여론은 물론이고 공청회, 세미나, 심포지엄, 간담회 등을 수차례 실시했습니다. 모두 전통적인 여론수렴 절차입니다.  

공론조사는 일반 여론조사와 다릅니다. 매스컴에 수시로 소개되는 각종 전화여론조사는 사실 ‘순간적인 인식수준’을 진단하는 것입니다. 반면 공론조사는 일정한 기준으로 선정된 표본집단에 대해 ‘설문 → 학습 및 토론 → 2차 설문’을 실시합니다. 당연히 심사숙고한 의견을 얻을 수 있지요. 단점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공론조사는 재경부의 남대희 홍보기획팀장이 주도하여 실시했습니다. 예상대로 공론조사의 1차 설문조사 결과와 학습과 토론을 거친 2차 설문조사 결과에는 차이가 많았습니다. 진정한 ‘국민여론’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정책 추진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처음에는 55.5%에 불과했으나, 나중에는 70.2%로 껑충 뛰었습니다. 부동산 거래 투명화에 대한 지지의견도 72.0%에서 87.7%로,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 의견은 77.2%에서 80.5%로 높아졌습니다.   

토론은 아주 공정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전문가 패널로 서승환 연세대교수,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 4분이 참여했습니다. 토론 사회는 정관용 KBS생방송 심야토론 진행자가 봤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면서 공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세금폭탄론은 허구…세부담 증가는 2% 미만의 집부자·땅부자

○…언론에서 ‘세금폭탄론’이 제기될 때는 무척 황당했습니다. 세금폭탄론은 이번 정책으로 대다수 중산층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논리여서 난감했지요.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이번 조치로 세금이 추가되는 사람은 2%도 되지 않습니다. 종부세 대상자와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이지요. 다만 이번 정책이 없었더라도 재산세는 기존의 과표 현실화정책에 따라 다소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기획단은 출범할 때부터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 정부의 역할은 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한 답은 “중산층 서민은 절대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집부자, 땅부자 등 소위 ‘가진 자’가 세금을 더 내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노블리스 오블리제(부유층의 도덕적 의무)’를 철저히 적용했습니다.

진짜 세금폭탄은 땅부자들에게 안겨졌습니다. 처음부터 토지투기에 대해서는 아주 가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이 현행 9~36%에서 60%로 높아진 것입니다. 세율이 엄청나게(2~6배) 뛰었고, 과세방식이 단일세율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표는 물론 실거래가격입니다. 한 실무자는 “이것이야 말로 악소리 나는 폭탄인데 기자들이 잘 모르는 것 같지요?”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공급정책의 한계 … 지역균형발전으로 지방 살려야

○…부동산정책의 요체는 수도권 주택대책입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수도권에는 집을 지어도 지어도 부족합니다. 인구이동이 아직도 일방통행(지방 → 서울)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경제성장정책이 본격화된 1960대 이후 심화되었습니다. ‘삶의 질’을 따지기 전에, 서울이나 서울 근처가 그래도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도 서울에 많고, 돈과 정보도 서울에 몰려있고, 교육환경도 서울이 월등히 좋습니다. 서울로 오는 국민들을 나무랄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 같은 불균형이 계속되어야 하는 점입니다. 또 이런 형태의 기형적인 수도권 일극체제가 과연 국가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느냐 입니다. “수도권 비대화의 끝은 어디일까?” 부동산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기간 내내 제 머리를 지배한 화두였습니다. 지방을 살려야 한다. 어려운 정책이지만 답은 역시 지역균형발전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레이스호텔 1022호의 투혼 …“공무원 조직은 건강”

○…기획단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언론이나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의 주문이 폭주하다보니 정책의 골격을 짜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되었습니다. 회의를 한번 하면 최소한 4시간 걸리고….

발표날짜(D-데이)는 8월 31일로 잡혀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D-데이를 지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중요합니다. 정책불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실무기획단을 지원할 실무작업반을 본격 가동키로 했습니다. 관계부처 국장급에서 사무관까지의 실무자들이 합숙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 날이 8월 4일, 장소는 과천의 그레이스호텔이었습니다. 실무반 멤버들은 호텔에서 숙식을 함께 하면서 정책을 연구했고, 종합토론과 회의는 1022호실에서 열렸습니다. 1022호는 명실공히 부동산정책의 산실이었습니다.

합숙팀이 본격 가동되면서 정 보좌관은 전체회의를 이곳에서 열었습니다. 그것도 주로 일요일엡. 실무자들은 일요일회의를 선호하더군요. 평일에는 이곳저곳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많고, 장관님이나 차관님이 찾으면 가지 않을 수 없는데, 일요일에는 그런 번거로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기자생활을 오래하다 공무원이 된 저로서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젊은 사무관들이 집에도 가지 못하고 숙식을 같이 하면서, 정책을 구상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고통스런 아름다움…. 철밥통 공무원들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 공무원 조직은 건강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결국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국민참여 부동산정책’을 수립한 실무기획단의 드림팀을 기관별로 소개합니다. 드림팀은 정규멤버 외에도 농림부 환경부 법제처 등 관계부처 실무책임자들이 현안이 있을 때마다 참석하여 토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청와대 - 정문수 경제보좌관(팀장), 김수현 국민경제비서관, 김재호 국민경제자문회의 복지노동실장
△총리실(국무조정실) - 박종구 경제조정관
△재정경제부 - 김석동 차관보, 김용민 세제실장, 이승우 정책조정국장, 김문수 국장, 최원목 정책조정총괄과장, 박동규 과장
△건설교통부 - 권도엽 정책홍보관리실장, 강팔문 주택국장, 이재영 투지국장, 박선호 주택정책과장, 정완대 토지정책과장
△행정자치부 - 박연수 지방지원본부장, 김대영 지방세제관
△기획예산처 - 배국환 재정정책기획관
△금융감독위원회 - 이우철 상임위원
△국세청 - 전군표 차장

금감위의 금융규제 … 강남 투기꾼 아줌마 잡았다

○…여론 확인에 나섰습니다. 심한 산고를 겪고 낳은 옥동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언론계나 정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평가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스펙트럼의 폭이 커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정책은 거의 완벽한 수준인데…. 최선은 아닐지라도 최고의 차선책임에는 분명한데…. 정부가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만, 이번의 부동산 정책처럼 정공법을 택해 대책을 내놓은 경우는 드뭅니다. 제 개인으로는 이번 정책이 성공할 것으로 믿습니다만, 사계의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싶었습니다.

의외의 평가를 들었습니다. 한 금융전문가는 “선배님, 제가 보기에는 금융규제가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8월30일 발표한 주택담보 대출규제를 눈여겨 보십시오. 금융전문가들은 뜨악했습니다. 이 정책이 시행되는 한 소위 ‘강남아줌마부대’의 투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번 투기붐의 근원이 강남이었고, 그 주체는 은행돈을 빌려 부동산을 굴린 일부 아줌마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금감위가 이런 저런 장치를 동원하여 소득 없는 아줌마들이 은행돈 빌리는 행위를 철저히 차단해 버린 것입니다. 은행마다 비상이 걸렸습니다. 자금을 운용하기가 어렵게 되었어요. 부동산시장의 유동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금융전문가, 세제전문가 등은 한결같이 이번 정책에 대해 “금융 메커니즘이나 세제를 잘 아는 사람들은 강력한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전문식견이 없는 사람들이나 실제로 부동산 세금을 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감이 다르다. 그들은 이번 정책이 약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아주 강력한 정책이다. 한마디로 무섭다. 짜임새도 있다. 정책 자체를 함부로 비판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문제는 이번 정책을 정부가 일관성 있게 시행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하더군요.

입법 절차 남아 있어…국민참여 없이는 불가능

입법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어야 정책이 제대로 시행됩니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민참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국민참여 부동산정책’입니다.